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9월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6천만명 정도의 노동자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한 제품 수입국들의 봉쇄조치로 고용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봉제업의 글로벌 공급사슬 전체에 걸쳐 엄격한 봉쇄조치가 이뤄진 나라들에 의류를 수출하는 이들 나라의 제조업 일자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전체 고용에서 봉제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남아시아 4.3%, 동남아시아·태평양 지역 3.7%, 동아시아 2.6%)이며, 이들 지역 국가의 제조업에서 봉제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1%에 달했다.

방글라데시·파키스탄·캄보디아·스리랑카·미얀마·베트남·중국·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제조업 중 봉제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특별히 큰 10개국을 조사한 ILO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의류 무역이 사실상 붕괴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봉쇄가 단행된 수입국들의 대량 거래 취소로 인해 아시아 태평양 일부 나라들의 경우 70%까지 의류 수출이 감소했고, 지역 봉제 가공업체들의 전체 수출물량이 60% 가까이 타격을 입었다”고 보고했다.

위 그림에서 보듯 9월9일 현재, 봉제업 공급 사슬 일자리의 49%가 수입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51%도 봉쇄조치의 영향권 아래 있는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봉제업 일자리 6천만개 대부분이 글로벌 유행병 위기로 인한 고용위기를 겪고 있다.

수천개가 넘는 의류공장들이 일시적이나 영구적으로 문을 닫아서 정리해고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며, 공장 문을 다시 열어 생산을 재개한 경우에도 기존의 노동력 규모를 유지하지 않고 고용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당 노동시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공장으로 복귀한 노동자들은 이전 규모의 60%에 지나지 않았다. 1분기에 조업을 중단했다가 2분기에 다시 일하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이 줄거나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은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ILO는 이런 피해가 업무량의 증가와 무급 돌봄노동의 확대로 인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봉제공장 노동력의 절대 다수를 이루는 여성노동자에게 더욱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 무엇보다 많은 공장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지기는 했으나 산업안전보건조치의 실행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의류 시장에서 이뤄지는 수출물량의 60%를 생산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우 단체교섭 수준이 높지 않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낮으며, 결사의 자유 등 노동조합 활동이 심대하게 제약당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과 근로조건의 부정적 영향을 극복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ILO는 밝혔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ILO는 지역의 각국 정부들이 기업 지원과 동시에 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며,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데서 노사정 3자 간의 사회적 대화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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