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로 항공업계 노동자들의 처우가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타항공 해고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재취업하면서 동종업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항공업계가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임금 반토막에 교육비까지 자부담
이스타항공 출신 기장들 에어인천 ‘하향취업’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은 지난달 6일부터 13일까지 운항승무원 채용공고를 올렸다. 2년 계약직이었다. 기장 6명과 부기장 4명을 최종 선발했다. 모두 이스타항공 해고노동자다. 이들은 기존 에어인천 기장들보다 50%가량 낮은 임금을 받는다.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본인이 부담하는 조건이다. 이들은 훈련계약서를 쓰고 지난달 29일부터 교육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국내 항공사에 입사하는 기장과 부기장은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외항사에 입사하는 경우에만 계약직이 된다. 계약기간은 보통 3년이다. 한 달 전 해고를 통보하면 그만둬야 하지만, 정규직의 두 배 정도 임금을 받는다. 경력직 기장과 부기장의 경우 입사 첫 날 근로계약서를 쓰고 연봉계약을 한다. 교육비는 회사가 부담한다.

그런데 이스타항공 출신 노동자들은 임금을 깎고 비정규직으로 입사하고, 심지어 근로계약서가 아닌 훈련계약서를 쓰고 교육비도 본인이 모두 떠안는 것이다. 에어인천 노동자와 비교하면 노동조건 저하가 두드러진다.

기존 에어인천 노동자들의 처우도 나빠질 우려가 있다. 에어인천은 2019년 9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았다. 완전자본잠식이 2년6개월간 지속됐다는 이유였다. 에어인천은 지난해 말 화물기 3대를 1대로 줄이고,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60명을 정리해고했다. 그런데 정리해고자를 우선채용하지 않은 채 이스타항공 출신 노동자를 채용했다.

근로기준법 25조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노동자가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노동자를 채용하려고 할 때 해고노동자가 원할 경우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정리해고자 우선 채용 조항을 위반했다”며 “노동자들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처우를 계속해서 낮추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처우 동반하락하나

에어인천은 기존 노동자들의 처우를 낮추기도 했다. 10월부터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통보한 지 7일이 지난 9월14일, 에어인천은 기장과 부기장들에게 급여조정 관련 협조 요청을 보냈다. 국토부로부터 받은 재무구조 개선 명령 이행을 위해 임금 조정을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기장과 부기장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에어인천은 10월 임금을 일방적으로 최대 40% 삭감해 지급했다.

에어인천 관계자는 “올해 말에는 기장과 부기장뿐만 아니라 모든 직군의 임금을 삭감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에어인천 말고도 다른 대형항공사(FCC)와 저가항공사(LCC)도 싼값에 해고된 이스타항공 기장들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노동자 처우 악화 움직임이) 우리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