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이제는 치열한 입법전쟁이 예상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요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사실상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법 개정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회에는 코로나19가 할퀸 사회를 치유하고 재건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위해 발의된 각종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공정경제 3법’으로 부르는 상법·공정거래법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법안이 없다. 12월7일까지 진행하는 정기국회와 이어지는 임시국회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은 뭘까.

전태일 3법으로 사회격차·불평등 해소해야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바이러스는 평등했지만 사람은 평등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집중됐고, 사회양극화와 불평등 정도는 더욱 심각해졌다.

21대 국회는 그 무엇보다 사회격차, 사회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민주노총은 그 대안으로 전태일 3법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2조1호 근로자 정의를 넓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스스로 단결해 자신들의 힘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둘째, 노조법 2조2호 사용자 정의를 넓혀 하청·간접고용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익의 내부화, 죽음과 위험의 외주화란 말을 더 이상 쓰지 않도록 진짜 사장을 만나 교섭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근로기준법 11조를 개정해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전태일 열사 사후 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400만 명에 이르는 5명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가장 열악한, 그래서 가장 근로기준법이 필요한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모순을 끊어내야 한다.

넷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 지금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의 8배가 넘는 2천400명의 노동자가 매년 산재로 사망한다.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의 경영책임자, 원청, 발주처 등 진짜 책임자를 처벌해서 노동자, 시민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고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디 이번 국회에서는 전태일 3법 입법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연근무제 안착 위한 개선 필요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법안심의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와 기업을 살리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입법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우선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요청인 고용 유연성 확보를 위한 유연근무제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유연근무제 개선은 2년전 근로시간 단축법을 시행할 때 함께 마무리했어야 할 과제다. 근로시간 단축의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산업현장의 다양한 요구와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개선이 늦어지면서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안착을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 확대 등 2019년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정 합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R&D 분야에 적합한 유연근무제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산 기간을 확대하고 도입요건을 완화해야 하며, 재량 근로시간제를 제약하는 규제도 과감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

반면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을 비롯한 ILO 기본협약 비준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법 개정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 중심인 우리 노사관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내용임에도,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에 대한 우리 사회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현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한 쟁점, 즉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규정 삭제, 쟁의행위시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해고자 복직 등의 사항에 대한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권 등을 개정안에 추가 명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정기국회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부응하는 경쟁력 있는 제도 변화를 이끌고 노사관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만든 국회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21대 국회의 지상과제, 총고용보장과 ILO 기본협약 비준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 정문주 정책1본부 본부장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12월9일까지 열린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쳐 20대 국회까지 지난 10년은 노동법 개악의 시간이었다. 이제 21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서 한국노총 100만 조합원이 내린 지상과제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21대 정기국회가 해야 할 첫 번째 미션은 코로나19 위기로부터의 총고용보장과 해고금지이다. 올해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가 엄습했고, 감염이 지속적으로 확산하면서 노동현장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고용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내년 정부 예산 중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 전 국민 고용보험,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에 따르는 예산과 인력 확보, 국공립병원 확대, 의료인력 양성 및 처우개선 등 공공의료 인프라 조성을 위한 예산안은 대폭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재난시기 고용유지는 위기 극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정부와 국회는 △재난시기 고용유지·해고중단을 선언하고 △고용유지·해고 금지를 전제로 한 기업 지원 원칙 수립 △해고금지법을 제·개정에 나서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조법 전면개정이다. 제대로 노조법을 개정해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경제민주화 입법이다. 현 정부안은 박근혜 정부(2013년) 입법안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의 집중과 되물림으로 상류계급이 고착화하는 것을 바로잡기에는 부족하다. 주주·이사·감사를 견제할 집중투표제,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가 20대 국회에서 발의했으나 이번 정부안에 빠진 노동이사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납품단가조정권 확대를 담음 상생협력법, 중소기업을 비롯한 을들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하도급법, 전속고발권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징벌적 손해배상 실효성 확보 등이 함께 개정돼야 한다.

넷째, 5·1플랜이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노동법 적용이 배제되고 방치된 노동자가 아직도 수백만에서 1천만 명을 넘는다. 5명 미만 사업체종사 노동자 570만명에게 시간주권을, 1년 미만 근속 노동자(비정규직) 497만 명에게 퇴직급여를 보장하고, 플랫폼 노동자 50만명, 프리랜서, 220만 특고 노동자에게 사회보험과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더불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일하다 억울하게 죽지 않을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온전한 정규직화, 노동시간의 정상화, 최저임금 위반제재강화와 통상임금으로의 간주, 노동자대표제도 도입 등 현장에 꼭 필요한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노총은 11~12월 투쟁을 전개하고, 선도적 역할을 경주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노사 공감대 원칙 바탕해야
정흥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정흥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1대 정기국회가 지난 9월1일 시작한 가운데 하반기 입법과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을 비롯해 노동관련 입법도 관심의 대상이다. 구체적인 입법과제보다 큰 입법의 원칙과 과제를 제안하고 싶다. 하나의 원칙은 노동관련 법 개정은 노동자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므로 노사정에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합의와 노사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입법과제는 첫째, ILO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한 입법이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하며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하다. 세부안에 있어 노사가 다소 차이가 있으나, 경사노위 공익위원도 안을 낸 바 있고 정부도 안을 준비해 토론을 하고 있어 기대를 가져본다. 어렵더라도 정부가 ILO기본협약의 방향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사와 협의해 이번에는 노조법 개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대와 안전 관련 법 개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취약계층의 사회적 보호와 안전문제에 대해선 노사 및 사회적 공감이 적지 않다. 이번 국회에서 고용보험법 및 산재보상보험법 등을 개정해 산재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 당장 현안이 된 택배노동자와 배달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근로기준법 개정도 중요함이 덜 하지 않다. 일부에선 연장근로 확대 등 유연화 법안을 제기하고 있으나 노사 간 이해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최근 노사정이 합의한 근로자대표제 관련 법 개정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도 노동자들이 직접 대표자를 선출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고 노사 간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산적한 노동관련 현안들이 많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대신 이번 정기국회에선 최소한 공감대와 합의가 이루어진 것,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노동자를 위한 법만이라도 개정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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