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검찰청사는 법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높든 낮든 위압적이다. 필자와 같은 변호사도 그 문턱을 넘어 청사 안으로 들어갈 때면 때로 숨이 막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검찰 조사를 받아 본 노동자들은 분명히 죄가 없는데도 무언가 자신이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검찰은 그런 곳이다.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해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형사소송법 257조). 하지만 노동현실에서 이 규정이 지켜지는 경우는 사측이 고소한 일부 사건들뿐이다. 시간은 노동자 편이 아닌데, 하릴없이 자꾸만 흘러가기만 한다. 위압적인 검찰을 향해 항의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2015년 7월 회사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부당노동행위)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2년이 넘게 지난 2017년 8월까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회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등을 통해 이미 수천 페이지의 증거자료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처리가 자꾸만 지연되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구미지청에 수없이 항의방문을 했다. 검사가 수사지휘를 내려 주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담당 검사 면담도 효과가 없었다. 민원실을 통한 검사장 면담 요청은 번번이 거부당했다. 그래서 검찰청 앞 장기농성을 결정했다. 결재권자인 대구지검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뜨거운 여름, 지열이 그대로 올라오는 인도 위에 농성 천막을 쳤다. 다수가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오가는 시민들과 차량을 향해 2인1조씩 짝을 지어 사건 처리지연의 부당함을 알렸다. 날이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했다. 검사장은 여전히 만나 주지 않았다. 만나 주지 않는다면 기다려서 만나는 수밖에 없다. 대구지검 본관 현관 앞에서 검사장의 출근을 무작정 기다렸다. 검사장은 노동자들을 피해 다른 통로로 출근했다.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집회 대오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검찰청 현관 앞까지 이동했다. 노동자도 사람이라고 함께 외쳤다. 노동탄압 분쇄를 외쳤다. 우리의 절박함을 외쳤다.

검찰은 이러한 외침에 노동자들 기소로 대응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법원 100미터 이내 집회 개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등이다. 당시 집시법에서는 법원 경계 100미터 이내를 집회금지 장소로 지정했다. 검찰청은 법원 바로 옆에 있으니 집시법 위반이고, 검찰 관계자 허락 없이 다수가 모여 현관까지 진입했으니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인도에 천막을 친 것도 도로법 위반이란다. 수사검사는 이들의 ‘중대 범죄’에 대한 증거로 총 90.8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292개의 채증영상·사진파일과 2천222페이지의 문서를 제출했다. 공판도 공판검사에게 맡기지 않고 수사검사가 직관했다.

1심(대구지법 2018. 11. 20. 선고 2018고단2513 판결)은 주요 혐의인 집시법 위반, 공동주거침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법원 100미터 이내 집회 개최 부분은 다행히 사건 진행 도중 집시법 근거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2018. 7. 26. 선고 2018헌바137 결정)이 있었다.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검찰청 등을 대상으로 한 집회로서 재판업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집회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라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는 공공건물은 출입에 범죄의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건조물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수사기관에 대해 적절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출입하는 행위는 이를 제한할 필요성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 한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2심(대구지법 2020. 10. 22. 선고 2018노4607 판결)은 이를 기각했다. 1심 무죄 이유에 덧붙여서 피고인들이 진입한 부분은 민원인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현관까지라는 점, 일반 시민들도 로비 내부의 화장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해 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적절한 수사 촉구를 위한 진입은 범죄 목적이라고 볼 수 없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정의는 실현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무죄판결을 받았고, 회사와 사장은 불법파견으로 기소돼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사측 형사재판도 수사검사가 직관한다. 하지만 그전까지 검찰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늦장수사, 선택적 수사로 노동자들의 안녕과 인권을 짓밟았다.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사장이나 노동자나 법 앞에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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