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출범을 앞둔 국토안전관리원 통합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통합 대상인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관리공사 노동자들이 직급과 임금체계 일원화 방식에 반발해 대립하고 있다.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 과정을 원만히 이끌어야 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손을 놓은 상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오는 12월10일 출범을 앞둔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 총괄기관이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시설안전공단과 건물의 감리업무를 주로 하는 건설관리공사의 기능을 한데 묶어 건설현장의 공사장 추락사고나 붕괴사고, 화재사고 등 사망으로 이어지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5월20일 국토안전관리원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상이한 임금·직급체계와 인력구조로 양쪽 노조 갈등

통합을 한 달 보름가량 앞둔 두 기관 노동자들은 상이한 임금과 직급체계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임금은 시설안전공단이 건설관리공사보다 높다. 지난해 4월 기준 평균 연봉은 시설안전공단 7천598만1천원, 건설관리공사는 5천479만9천원이다. 건설관리공사 평균 연봉은 시설안전공단의 72.1% 수준이다.

인력구조도 차이가 크다. 일반직을 기준으로 시설안전공단 노동자는 537명, 건설관리공사 노동자는 266명이다. 시설안전공단은 팀장 이상 역할을 하는 1~3급 노동자수가 128명이다. 1급 8명, 2급 38명, 3급 82명으로 피라미드 구조를 띤다. 4~6급 역시 직급이 낮을수록 인원이 많은 구조다. 반면 건설관리공사는 3급 노동자가 6개 직급 가운데 55.6%를 차지한다. 1급 7명, 2급 54명, 3급 148명이다. 4~6급 노동자는 57명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항아리형 구조다.

현 직급체계를 유지한 채 통합을 강행하면 건설관리공사 노동자들은 같은 직급 내에서 임금차별을 받는 결과가 초래된다. 시설안전공단 노동자들도 갑작스레 200명 넘는 팀장급 이상 노동자가 추가돼 향후 인사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실무를 담당하는 4급 이하 노동자 충원이 막히는 등 업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고 직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부담이다. 두 기관의 동일 직급 내 인원과 평균연령, 근속연수 등이 상이해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도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연구노조 한국시설안전공단지부(지부장 허춘근)와 건설관리공사노조(위원장 정상철)는 소속 조합원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성명서를 내는 등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중재 책임진 정부는 수수방관

문제는 정부다. 국토안전관리원 출범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출범 관련 TF까지 구성해 양쪽 노조는 물론 경영진을 만나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양쪽 노조의 갈등을 중재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국토부쪽은 양쪽 노조의 갈등 관리와 통합 원칙 등을 묻는 <매일노동뉴스>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토안전관리원의 출범 취지에 맞게 운용하도록 이견을 조율하고 검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해진 시나리오를 쥐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올해 12월10일 출범을 앞뒀기 때문에 이미 이 기관의 운용예산과 직급당 인력정원 등은 지난해 정부 예산안에 포함해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상황이다. 사실상의 통합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설안전공단과 건설관리공사 경영진이 합의한 내용도 있다. 건설관리공사 노동자의 직급을 1단계씩 모두 하향해 통합하는 안이다. 양쪽 노조에 따르면 이 안은 국토부가 양쪽 경영진과 만나 3개월 넘게 논의해 만들어졌다. 최종 서명에는 국토부가 빠졌지만 사실상 정부안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양쪽 노조의 갈등을 중재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차피 법에 따라 12월10일 국토안전관리원 통합출범이 정해졌기 때문에 시간만 보내다 현재 정부안을 강행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정상철 위원장은 “출범 취지에 동의하나 통합 방식에 대해서는 정부가 안을 만들어 놓고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허춘근 지부장도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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