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세타엔진 관련 3조원대 품질비용을 반영하면서 기아자동차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3%가량 줄어들었다. 대규모 충당금이 반영됐는데도 기아차가 흑자를 유지한 것에 대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빅배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 변칙경영 합리화”
“엔진 결함에 추가 충당금 불가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지부장 최종태)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내수시장 활성화로 3분기 성과는 1조3천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예상됐다”며 “그런데 정의선 회장의 변칙경영을 합리화하기 위한 경영진들의 결정으로 영업이익이 1천952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기아차는 26일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가량 줄어든 1천95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2% 늘어났지만 세타2 GDi 엔진 결함에 따른 품질비용 1조2천600억원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된 탓이다. 품질비용 충당금은 제품교환 같은 사후 조치에 들어갈 비용을 재무제표상 미리 잡아두는 것이다.

지부는 이전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난 품질비용이 정의선 회장 취임에 따른 ‘빅배스’라고 보고 있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로 새로 부임하는 CEO가 누적된 손실이나 잠재적 부실 요소를 회계장부에 반영해 실적부진의 책임을 전임자에게 넘기고, 자신의 공적을 부각시키는 것을 말한다. 지부에 따르면 기아차 품질비용은 2018년 1천600억원, 2019년 3천100억원이 반영됐다.

기아차 사측 관계자는 “지난해 충당금 반영 이후 엔진 교환 사례가 예상보다 높은 추세가 이어졌고, 평생보증 충당금 산정시 반영한 차량 운행기간에 대한 재산정이 필요해 추가 충당금 반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최종태 지부장은 “과실을 전 경영진에 넘기고 본인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는 임금·복지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사전에 공유라도 됐다면 조율이라도 했을 텐데 (지부도) 발표 당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기아차지부 조정신청
한국지엠지부 잔업·특근 거부


기아차 노사는 2020년 임금·단체교섭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2일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진행된 9차 교섭은 지부가 직전 교섭에서 일괄제시안을 요구한 것에 대해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지부는 26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쟁의조정신청을 결의하고 같은 날 조정신청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다음달 3일 예정돼 있다.

한국지엠 노사도 부평공장 미래발전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임단협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26일 교섭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손실에 이어 추가적인 생산 손실까지 야기한 노조의 결정이 매우 유감스럽고 또한 매우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한국지엠지부가 22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23일부터 잔업·특근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임단협이 사실상 멈춰 있다. 르노삼성노조 집행부 선거가 11월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6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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