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정감사가 마무리 수순이다. 사모펀드 관련 문제 지적으로 뜨거웠던 국회 정무위원회도 정기국회 준비로 전환했다.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난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셀프연임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이 필수다. 정무위에는 금융위원회가 발의한 개정안과 의원입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셀프연임 제동’ 법 개정에
정부·여당·노동계 공감대


금융위가 지난 6월29일 발의한 개정안은 금융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대한 대표이사 등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임원후보추천위원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위원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 결의에 위원 본인 참석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다.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 결의에도 대표이사가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시중은행의 몸집이 커지면서 규제 필요성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의 자산총액은 1천855조원에 달한다. 삼성을 포함한 5대 재벌의 총자산 1천584조원을 상회한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셀프연임 감독은 경영 간섭이 아니다”며 공감을 표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을 임원후보추천위에 포함하도록 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개정안을 9월16일 냈다.

금융업계는 반발한다. 민간기업인 금융회사 임원의 임기나 선임 방식 등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리·감독당국인 금융위가 앞장서 법안을 발의해 대놓고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진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불만은 많지만 금융위가 직접 나서 말을 아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심사에 고용안정 삽입 절실,
당국은 “시기상조”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도 절실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기관 매수시 매수자의 자격을 검토하는 절차다. 최근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가 JT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면서 5년 만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도외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매각하면서 시세차익을 챙기는 수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용승계와 관련해 심도 있는 의견제시는 없었다”며 “국회나 시민사회에서 활발히 논의해 의제화한다면 논의할 수 있으나 집행기관인 금융위가 나서서 고용승계 등을 법제화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의 의견은 다르다.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는 “선언적 의미로라도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위의 지난 6월 정부입법에도 고용승계와 안정 관련한 내용을 포함해야 했는데 누락해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는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다. 자본시장을 자유화한 상황에서 매각 등에 제동을 걸면 국제적인 분쟁으로 비화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론스타가 한국을 떠날 때 제동을 걸었다가 오히려 매각방해로 인해 5조7천억원(47억달러)에 달하는 분쟁액이 발생했다”며 “심정적으로는 제재해야겠으나 실제 법률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봉킹’ 낳은 금융회사 겸직허용 개선 시급

금융회사 간 겸직조항도 문제다. 현행법은 금융기관의 임원을 겸직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나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시행령을 통해 허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3사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정 부회장은 3사 겸직을 이용해 올해 상반기에만 26억3천300만원을 임금으로 받아 이른바 ‘연봉킹’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설 3사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노사 갈등을 불렀다. 3사 노조 상급단체인 사무금융노조는 모법의 취지를 위반한 시행령의 겸직허용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만 겸직을 허용하는 배경은 뚜렷하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제정시 관련 업종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종합해 만들다 보니 원래 법의 조항을 존중해 이식해 왔다”며 “이로 인해 여신전문금융회사 겸직이 허용됐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가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노동계 지적처럼 모법 취지와 어긋난 겸직조항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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