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2017년 10월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초안을 마련하고도 발표를 미룬 지 3년이 흘렀다. 지난해 3월 “상반기 발표가 목표”라던 고용노동부는 1년반이 지나도록 실태조사 중이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피해자가 늘자 정의당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동부는 내부검토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포괄임금제 개선·폐지 문제가 정기국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의당 당론으로 포괄임금제 폐지 추진

25일 정의당에 따르면 류호정 의원은 조만간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임금소송 때 사용자에게 노동시간 증명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포괄임금제는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제도는 아니다. 법원 판례와 노동부 행정해석으로 실제 현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노동부는 “근로계약 체결시 근로의 형태나 업무 성질상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이 당연히 예정돼 있는 경우이거나 계산 편의를 위해 노사 당사자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한 후 매월 일정액의 제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을 포괄임금제로 보고 있다. 노동시간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일한 만큼 임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유발한다. 법원은 노동시간 계산이 어려울 때만 엄격하게 포괄임금제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2017년 노동부 기업체노동비용조사 시범조사에서는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10명 이상 사업체가 전체의 52.8%로 나타났다. 사무직뿐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포괄임금제 문제가 심각했다. 노동부가 포괄임금제 문제로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들을 살펴봤더니 학교·아파트 경비원, 버스운전 노동자, 병원식당 조리원, 간호사, 요양보호사, 건설일용직 등 직종이 매우 다양했다.

문재인 정부는 포괄임금제 개선을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차별시정 제도 개편에 이어 실종된 노동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 검토, 노사 대화 뒤 내년 상반기 지침 발표

정부는 애초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짜노동을 막고, 궁극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7년 10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하고,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이라는 초안을 만들었지만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전문가 의견 수렴과 국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최종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3년이 넘도록 가이드라인·지침은 함흥차사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노동부의 책임 방기가 지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감에는 양동기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뒤에도 갖가지 꼼수로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는 이 회사 문제를 지적한다.

노동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관련 지침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태조사와 판례, 법리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지침을 다듬고 있다”며 “전문가 의견을 구하고, 노사 의견을 청취하며 공론화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괄임금제 문제가 포함될지를 살펴보면 노동부 의지와 계획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업무보고에는 이 문제가 빠져 있었다.

포괄임금제 개선 문제는 국회 법안 논의와 맞물려 돌아갈 전망이다. 조만간 포괄임금제 금지와 사용자에게 실근로시간 기록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담은 근기법 개정안을 내는 류호정 의원은 “노동부의 포괄임금제 지침이 나오지 않아 입법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노동부는 고작 대법원 판례를 정리하는 수준의 지침을 만들고도 발표하지 않았다”며 “입법과 지침 제정이 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