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그간 노동공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진행돼 온 편이다. 노조를 비롯한 노동단체뿐만 아니라 국회·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노동공제를 학습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공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한 논의들이 산발적으로 이뤄졌다. 필요한 법률적 보완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노동공제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개정이 필요한 법률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법률적 검토를 엄밀히 한 것은 아니므로 한계가 있지만, 노동공제 활성화를 위한 법률 보완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국회든 시·도의회든 의원들이 법률과 조례 제·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재도 민법상 단체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민법상 단체로 할 수 있는 공제는 규모와 범위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호부조형 공제를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겠지만, 앞으로 보험형 공제까지 노동공제가 확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법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개정이 필요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은 노조법 2조(정의) 개정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실업자, 노동이력을 증명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하거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법 개정이 노동공제 활성화에 필요한 이유는 노조의 기능으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를 통한 노동공제회의 길을 열자는 취지다. 노조로 보지 않는 경우를 나열한 2조4호다목에서 그 개념이 불분명하고 실질적 효력이 없는 ‘수양’도 삭제해 복리후생을 위한 노조의 기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조법에 신설해야 하는 조항이 있다. 노조가 공제회를 운영할 경우 기금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공제 기금은 조합 운영비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조합비와 계정이 구분돼야 한다. 이를 분명히 해 놓지 않으면 공제 운영이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셋째, 노동공제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노동공제가 긴급하게 필요한 대부분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기 어려운 중소영세사업장에 속해 있거나,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조를 결성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다. 즉, 노조법상 공제기능만으로 그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노조법 개정과 별도로 노동공제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노동공제회를 지역단위나 업종(직종)단위로도 설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공제연합회가 기금 운영과 관리 시스템 개발, 공제서비스 개발, 법적 대응체계의 구축 같은 규모의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도 조례를 통해 노동공제회가 발전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지자체는 노조가 운영하는 공제조직이나 또는 공제를 위해 결성된 노동단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넷째, 노동공제를 협동조합으로도 만들 수 있도록 협동조합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금융과 보험사업을 할 수 없고, 공제 역시 보험에 포함되므로 협동조합은 공제사업을 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협동조합연합회와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 협동조합연합회는 공제사업을 하더라도 회원조합의 조합원들이 이용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 이러한 제한 조건으로 공제회 실익이 없기 때문에 협동조합연합회·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중에서 공제사업을 진행하는 조직은 없다. 다만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제사업은 아니지만 납입출자금 한도 내에서 소액대출·상호부조사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보험형 공제는 할 수 없는 조건이다.

다섯째, 공제제도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외국 사례를 보면 초창기부터 노동금고 또는 인민금고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협동조합이 기존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을 때, 노동금고가 협동조합의 든든한 뒷배경이 됐다. 노동금고법을 만들어 협동조합과 노동공제회가 공제활동을 위한 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적 검토를 통해 여기에 열거하지 못한 내용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튼 노동공제회가 관심의 차원을 넘어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의제에 관심을 가지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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