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속하고 있는 산업적 측면의 비대면·디지털화가 독점과 불평등, 노동조건 악화 같은 사회적 변화를 동반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수준의 문재인 정부 뉴딜로는 산업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없는 만큼 불평등 해소·재벌개혁 등 근본적 구조개혁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지털전환 대응 위해 급조한 뉴딜정책 손 봐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2일 오후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노동사회 변화와 전망’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가 이날부터 23일까지 개최하는 ‘2020 한국노동사회포럼’의 첫 토론 자리다.

코로나19로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는 실물경제 위기가 발생했다. 전 세계가 여태 겪지 못한 유형의 위기로 꼽힌다. 박 교수는 “실물경제 위축이 구조적 위기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고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는 재정 여력을 고려한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플랫폼 노동은 물론 삶의 전 영역에서 디지털화가 확산하고 있다. 먹을거리를 구하고, 학교 수업과 직장업무를 온라인에서 하는 등 일상에서 변화가 급격히 이뤄졌다. 플랫폼 산업과 디지털화는 코로나19가 종식해도 계속되리라 전망된다. 박 교수는 “플랫폼 산업과 노동이 확산하고, 이 과정에서 불평등과 독점, 노동조건 악화 문제가 동반할 것”이라며 “우리처럼 중화학공업이 활성화한 나라는 환경·기후가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를 위해 산업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글로벌 생산량이 감소하던 자동차산업은 감염 확산으로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대신 전기차·자율주행차 같은 미래차가 주목받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 자동차산업은 부품사가 원청 완성차 회사와 전속계약으로 운영되고, 대기업이 판매와 수리 절반가량을 직영으로 운영한다”며 “미래차 전환으로 이 같은 산업구조를 한 번에 조정해야 할 경우 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산업구조조정을 대비하기에는 정부가 내놓은 뉴딜은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재발대기업과 물적자본 중심의 산업구조를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과 인전자본 중심의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산업별 노사정 대화를 통해 상생모델을 만들고 재교육·취업알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래형 일자리 발굴, 직업교육·훈련 투자 필요”

조형제 울산대 교수(사회과학)는 자동차산업 문제를 주제로 삼아 코로나19 이후를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은 부품업체들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방식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동차를 생산·판매한다. 이로 인해 부품사들은 원청 대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한다. 독자적 기술 없이 제조능력만 유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미래차에 주력하기로 하면서 부품사는 스스로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경영 방침을 세웠다. 부품사의 급격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조 교수는 발제에서 “모기업이 미래차 전환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부품사들도 점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품사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생존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주장이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비관했다. 그는 “고용안정, 숙현형성, 생산유연성을 확보할 방안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며 “노사정 대화를 위한 협력적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뉴딜 정책을 전면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은 토론에서도 제기됐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의 디지털화는 노동배재형 자동화로 현실화하고 있다”며 “사라져 가는 일자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좋은 일자리를 자꾸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형 뉴딜을 ‘급조한 단기형 일자리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임 교수는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뉴딜 전략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미래형 일자리 수요를 발굴하고 기존 노동자를 위한 교육·직업훈련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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