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재계의 ‘대화파’가 술잔을 곁들인 대화를 했다.

20일 열린 한국노총과 대한상의 호프미팅 이야기다. 올 연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정 대립이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노동계와 재계에서 ‘실용’과 ‘온건합리’ 성향인 두 조직의 특별한 스킨십에 노사정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렸던 두 조직의 ‘호프미팅’ 이후 1년 만에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을 찾았다. 지난 2월 김동명 위원장이 당선 후 첫 외부활동으로 대한상의를 찾아간 데 따른 답방 성격이다.

김 위원장은 환영 인사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노동자의 고통이 크다”며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말을 하는데 거꾸로 노동자가 건재해야 기업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어려운 순간이지만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과 협력으로 일자리와 일터를 굳건하게 지키는 협력관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진작 왔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답방이 늦어졌다”고 입을 열었다. 박 회장은 “우리 사회에 대립과 갈등이 많은데 따지고 보면 강경하게 대립하는 것보다 원칙을 지키며 대화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친밀한 자리를 만들어 준 한국노총이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대한상의의 이번 만남에 재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전경련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추락한 뒤 문재인 정부에서 재계의 ‘입’ 역할은 한국경총과 대한상의가 함께 맡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두 조직은 공정경제 3법을 둘러싼 선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경총은 상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입법 자체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대한상의는 독소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과 대한상의는 법안에 대한 입장문도 따로 낸 데 이어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3법 TF와의 정책간담회도 각각 개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노총도 경총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김동명 위원장은 당선 뒤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했지만, 경총은 찾지 않았다.

김동명 위원장과 박용만 회장은 이날 한국노총회관에서 만난 뒤 곧바로 여의도 인근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건배사로 “대립보다 대화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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