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필수노동자 보호대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침 정부는 지난 6일 필수노동자 안전 및 보호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일단 반기고 있다. 문제점과 개선과제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필수노동자가 특수고용직이 대부분인 가운데, 노동관계법을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대책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발표한 대책을 재탕한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다. 돌봄서비스의 민간위탁 구조, 보건의료인력 부족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아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시대 필수가 된 ‘필수노동자 대책’,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필수노동은 국가가 책임지는 노동
노우정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장

▲ 노우정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장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8년부터 시행돼 올해로 12년째다. 노인돌봄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은 12년째 공단으로부터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우리는 어르신으로부터 더러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어제 우리 아들, 딸이 아줌마 월급 줄라고 은행 다녀왔어~”

노인인구 14%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무엇을 했나. 지자체는 시·구립 요양원마저도 100% 민간에게 위탁하고 보건복지부는 2013년부터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하던 처우개선비 마저 2018년에 중단시켰다. 지자체는 민간센터에 대한 관리감독이 있음에도 그동안 관리감독을 1도 하지 않았고, “왜 지자체에서 와서 그러냐”라며 우리에게 답답하다며 이야기했다.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관계부처 TF 출범회의 개최 보도자료를 보며 가장 아쉬운 부분은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못했던 노인돌봄노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노인돌봄노동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점이다.

양질의 공공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부산사회서비스원은 연기, 서울·경기·대구· 경남은 확대 중단 등 가장 불안한 시범사업이 사회서비스원이다.

노인돌봄노동자 관련 법체계 마련을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황당한 발상이다. 대통령 발언 취지대로 한다면, 요양보호사 특별법 제정으로 요양보호사의 고용안정, 최저임금이 아닌 사회서비스노동자 표준임금 지급, 방문요양 월급제, 근골격계 질환예방 등 노인돌봄노동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노인돌봄노동은 필수노동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노후를 방문요양 또는 요양원에서 보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요양보호사를 필수노동자로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입장은 애로사항을 각별히 챙기는 것을 뛰어넘어 국가가 책임지는 노동으로 될 때 완전한 필수노동이 된다.

의미 있는 행보를 기대한 게 욕심이었나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감흥 없다. 새롭지 않은 내용이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필수노동자 관련 대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를 제목만 다시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정부는 대책안에서 보건의료인력 부족과 이들 노동에 대한 보호·보상 부족을 문제로 인식한다. 인력 부족,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의 지나친 요구나 행위로 인한 보건의료인력의 스트레스,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의료기관 종사자 보상 부족 등을 문제로 이야기한다. 해결책으로 종사자보호 가이드라인 제시, 공공병원 15개 기관에 557명 인력 긴급확충, 지난 5월31일까지 확진자를 치료한 의료기관 종사자 81만9천803명을 대상으로 하루 3만9천600원을 지원하는 안을 내놨다.

진짜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대책이 재탕이라는 점이다. 종사자보호 가이드라인은 2년 전에도 들고나왔던 대책이다. 인력 긴급 충원의 경우 충원기관 15곳 대부분이 국립대병원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의료원 등의 인력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수당 추가 지급은 3차 추경에서 통과된 예산을 집행하는 수준이며 그나마도 대상자 범위는 협소하다.

필요한 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이행이다. 법의 핵심은 중앙부처와 현장 노동자, 의료인단체가 만나 의료인력 수급과 처우개선을 논의하는 정책심의위원회의 설립이다. 위원회는 보건의료인력과 관련해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계획을 포함해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한다. 보건의료인력법은 곧 제정한 지 1년이 된다. 2016년 정의당이 법안을 발의한 이후 수년간 논의 끝에 지난해 10월24일 제정됐다. 정책심의위원회는 아직도 설립되지 않았다.

이번 안은 대충 만든 안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 대통령이 한 마디 하자 이제껏 미뤄 왔던 과제들을 얼기설기 엮은 것 아닌가. 의미 있는 행동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행보를 기대했던 것은 욕심이었나.

무엇을 해 주기 전에 권리를 보장하라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지난 6일,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범정부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관계부처 TF’ 결과를 밝혔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면 노동자인 ‘필수노동’에 대한 대책이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터를 지켜야 했던 이들에 대한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정작 핵심을 비켜나 있다.

대통령 지시는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형태’에 놓여 있는 필수노동자들을 각별히 챙기라는 것이다. 대책 회의도 필수노동의 문제점으로 “노동법 보호 및 안전망 사각지대에서 필수노동자 중 다수는 임금근로자가 아닌 특고 및 프리랜서로 노동관계법 보호의 틀 밖에 존재”하고 “고용보험·산재보험 등의 적용대상이 아니거나, 실제 가입률이 낮아 실업·산재 등 사회적 위험에 취약”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책에는 이에 대한 처방은 없다.

가장 열악하고 보호가 필요한 비정규직들은 정작 노동기본권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런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 필요한 것은 비정규 노동자드릉ㄹ 노동관계법 틀 안으로 끌어들이고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필수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준에서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작 핵심이 빠졌다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범정부 TF는 대통령의 손가락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필수노동의 절박한 현실을 담아야 한다. 그들에게 무엇을 해 주기 전에 먼저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노사 당사자와 당·정·청이 모인 가운데 ‘이륜차 배송 및 대리운전 표준계약서 도입을 위한 협약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 카카오모빌리티도 참석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공언했으나 여전히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협약식을 마치자마자 나는 서울고용노동청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대리운전노조가 전속성 기준 폐지와 고용보험 전면 적용, 실질적인 교섭권 보장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을 위해 86일째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정부·지자체 상호보완해 사각지대 없애야
고현호 서울 성동구청 정책개발전문관

▲ 고현호 서울 성동구청 정책개발전문관

서울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를 시작으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범정부 TF가 만들어졌고, 전국적으로 다른 광역·기초 지자체들의 조례 추진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성동구가 필수노동자에 주목했던 것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면에 노출돼 있는 필수노동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필수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등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여전히 유효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 필수노동자 보호대책이 보완되길 희망한다.

첫째, 필수노동자를 누구로 지정하고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는 전국적으로 동일할 수 없다. 성동구가 필수노동자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해 지원체계를 정립한 것은 지역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성동구는 마을버스 운행종사자를 필수노동자로 포함시켰다. 길이 좁고 지형의 고저차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골목골목을 누비는 마을버스 기사님들이 주민들의 이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남 신안군의 경우에는 섬과 섬을 잇는 여객선 운행종사자들이 더 필수적일 수 있다.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해 실태조사와 지역적 합의를 통해 필수노동자를 지정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기초와 광역, 중앙정부 차원의 역할분담이다. 필수노동자 지정과 지원에 있어 생길 수 있는 갈등과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위기상황 속에서 누가 더 필수적인가하는 논쟁은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시킬 뿐이다. 돌봄·보육·요양보호·보건의료·교통·물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와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필수노동자로 지정되고 지원받는 내용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초와 광역, 중앙정부의 역할분담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호 보완해야 한다는 점이다. 언제나 훌륭한 정책은 사각지대가 없어야 하며, 지속가능해야 함을 떠올리며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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