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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을 우리 곁에!배병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배병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전태일은 한문을 몰라 근로기준법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나에게 대학생 친구가 있다면’하고 한탄했다. 전태일이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다. 길거리에 지나는 청년을 아무나 붙잡으면 대학생일 확률이 더 높다. 대학 진학률이 70% 가까이 되니 당연하다.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법률 조문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동법은 여전히 아득하다. 노동법은 우리 곁에 온전히 소환된 적이 없다.

학교는 노동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수학·영어·과학도 중요하지만, 노동법도 이에 못지않다. 전자가 고등교육을 이수하기 위한 기본이라면, 후자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이다. 학교는 학문뿐만 아니라 학생이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다. 노동소득 없이 불로소득만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이는 극소수다. 노동법은 노동하는 국민을 위한 필수 교양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은 근로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최저시급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일터에서 몸으로 깨우친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노동법을 잘 알아도 문제가 있다. 노동법은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5명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일부만이 적용된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연차·수당·근로시간·해고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 이를 악용한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이 횡행하고 있다. 서류상으로 사업장을 쪼개고, 4대 보험을 일부러 회피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영세사업장 문제는 오래됐다. 근로기준법과 그 역사를 같이한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태일이 몸담았던 봉제산업에는 영세사업장이 즐비하다.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치부돼 노동 3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대리운전노조는 노조설립 신고증을 받는 데만 3년이 넘게 걸렸다. 배달노동자를 비롯한 여러 특수고용 노동자는 여전히 노조할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 중이다. 아직도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4개가 정부와 국회 사이를 떠돌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배달·물류·돌봄 노동자 등을 사회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노동자로 정의했다. 하지만 그들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오늘도 하루 평균 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비정규직을 무분별하게 양산하고, 안전교육과 안전 시설·장비를 생략하고, 2인1조 근무와 같은 안전수칙을 무시한 결과다. 법은 산재를 막기 위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산재를 일으킨 기업과 경영자는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에 따르면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가운데 80%가량이 약식명령 청구로 끝났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범죄 재범률은 무려 97%에 이른다.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노동법에 분노한 국민 10만명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했다. 그 결과, 최근 이른바 전태일 3법이 국회에 계류됐다. 앞서 말한 5명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산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전태일 사후 50주기(11월13일)를 목전에 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공부한 이유는 개인의 권리를 깨닫고 되찾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여공들, 평화시장의 동료들과 연대해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다. 바보회(이후 삼동친목회로 바뀜)라는 친목회를 만들어 노동실태도 조사하고 노동청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진정서도 제출했다. 그래도 정부와 사업주의 반응이 없자 사람들을 모아 투쟁을 벌였고, 결국에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태일의 아름다운 희생에 응답해야 할 때다. 모든 국민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노동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국회는 전태일 3법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는 우리의 일상에 노동법이 완전히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힘찬 걸음이 될 것이다. 끝으로 여전히 유효한. 그래서 더 서글픈 전태일의 마지막 외침을 적어본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ilecdw@naver.com)

배병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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