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회사가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마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전미철강노조(USW) 조합원. <인더스트리올 글로벌노조>

미국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지난 13일 금호타이어 조지아 마콘공장에 대한 전미전미철강노조(USW)의 조직화 과정에서 사용자가 반노조 불법 행위를 저질렀음이 확인됐다고 결정했다. 노동관계위 소속 행정법판사는 금호타이어가 2017년 전미철강노조에 가입하려는 마콘공장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압박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노동관계위는 사용자가 공장 종업원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을 열어 회사의 불법 행위를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노동권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으라고 금호타이어에 명령했다. 노동관계위가 준비한 성명서를 전미철강노조 간부 입회하에 공장 사장과 노사관계 최고 책임자가 직접 성명서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미철강노조는 “회사의 행위가 유난히 지독했기 때문에 노동관계위가 보기 드문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행정법판사 아서 암찬은 “2017년 노조 인정 투표 과정에서 금호타이어는 공장 직원 중에서 노조 가입을 지지하는 이들을 강압적으로 대했을 뿐만 아니라 전미철강노조 가입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공장문을 닫겠다고 협박했는데, 이는 노동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금호타이어는 노동관계위에 재심을 요청했으나, 노동관계위는 암찬 판사의 결정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전미철강노조는 이번 판결로 “2017년 조지아 마콘공장에서 자행된 금호타이어의 기나긴 노조 탄압 캠페인에서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2017년 당시 회사는 전미철강노조 가입에 앞장선 노동자 한 명을 해고하고 이에 동조한 이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그 결과, 당시 노조 인정 투표에서 전미철강노조 가입은 근소한 표차로 부결됐다.

전미철강노조의 국제 상급단체인 인더스트리올 글로벌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를 공격하기 위해 수십만달러를 들여 노조 파괴 전문가 7명을 고용했다. 2019년 미국노동관계위는 2017년 투표에서 사용자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서 재투표를 명령했고, 그해 9월 이뤄진 재투표에서는 141대 137로 노조 가입 찬성표가 조금 많았다. 하지만 사측은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교섭을 회피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인더스리올 글로벌노조 고무타이어산업국장인 톰 그린터는 “금호타이어는 노조 파괴자를 고용하고 법률 분쟁을 일으키는 데 엄청난 돈을 낭비했다”면서 “사측이 사업 투자에 그 돈을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노조 분위기가 만연한 미국에서조차 사측의 노조 조직화 방해 시도는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법원과 노동관계위가 보기에도 사측의 위반 행위는 터무니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LO 기본협약 중 하나인 98호 단체교섭권 협약(1949년 채택)에서 금지한 반노조 차별 행위(acts of anti-union discrimination)를 자행해 노동법 위반 판결을 받은 미국 금호타이어 공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안전보건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전미전미철강노조에 따르면 공장 안 소독약 상자와 비누 상자가 빈 경우가 있었고, 공장 안 거리 두기 방침이 일관되지 못하며,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한 노동자가 있었다. 마스크를 바로 노동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라인 책임자를 통해 전달해 노동자들이 마스크 위생 상태에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전염병 초기에는 공장출입시 체온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다른 회사들에 비해 유급병가 허용에 인색하게 구는 등 여러 불만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전미철강노조에 따르면, 2019년 5월 금호타이어 마콘공장은 미국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청(OSHA)으로부터 종업원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지 않는 “심각한 방해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일하기 가장 위험한 곳을 알리는 명부에 오른 유일한 타이어 제조업체”였다고 전미철강노조는 밝혔다.

한편 전미철강노조는 올해 5월13일 미국 정부 산하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한국·대만·태국·베트남 4개국에서 수입하는 승용차 타이어와 소형트럭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고, 국제무역위원회는 7월14일 전미철강노조의 제소 내용에 근거가 있다면서 조사 결정을 내렸다. 올 연말 안으로 행정법판사의 판결을 통해 미국 국제무역위의 반덤핑 제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전국노동관계위 노동법 위반 결정이 국제무역위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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