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이 노동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기업에 고용총량 90% 이상 유지를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현장에선 무급휴직을 늘려 인건비를 줄이고 기간산업안정기금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월급도 받지 못하고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고용유지 조건이 없다”며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전에 미리 고용인원을 줄이고 신청 뒤 무급휴직을 하는 방식도 우려가 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성수 “고용·경영 어려움 감안한 타협안”

이날 민 의원은 산업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자 9천31명 가운데 5천702명(63.2%)이 무급휴직 중이라는 내용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6곳도 2천502명이 무급휴직을 하고 있고, 203명은 이미 퇴직한 상태다.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은 항공·해운업과 경영 어려움으로 국가경제·고용·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업종 그리고 자동차·조선·기계·섬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등 업종을 대상으로 정부 보증 기금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지원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정작 업종 노동자를 위한 조치는 기금 지원 시점부터 6개월간 고용총량 90%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전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고용 측면에서 보면 조건을 더 강화할 수도 있겠으나 기업경영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고려한 타협안”이라며 “무급휴직자에 대한 별도의 고용안정기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정 의원 “금융사 회장 셀프연임 납득 어려워”

이날 의원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에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민생금융안전을 위해 이자상환을 유예하고 만기대출을 연장하는 조치를 했는데 일각에선 금융권 부실이 확대하고 한계채무자의 채무상환 의지를 약화시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공동체의식을 갖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그런 주장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앞으로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은 무리한 예단”이라며 “상황이 좋아지면 그들이 연착륙해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잇따른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 등 5대 재벌그룹 총자산을 상회하는 4대 금융지주 회장 선임·연임 과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회장 자신이 선임한 사외이사들로 구성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연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4대 금융지주가 연간 4천229억원을 광고비로 쓰고, 법률자문비용으로 523억원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돈이 어떻게 왜 지불됐는지 국민과 금융당국이 아는 게 경영개입이고 시장간섭이냐”고 꼬집었다. 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민간은행이라 모든 정보를 내놓으라 하긴 어렵지만 감독관리 측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판매 끼워팔기·실적경쟁 만연
은성수 위원장 “알뜰폰이 뭐라고 … 당장 통화하겠다”


혁신금융서비스도 도마에 올랐다. 민병덕 의원은 “KB국민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는데 끼워팔기와 지나친 실적경쟁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6개 지역영업 그룹장 인사평가에 알뜰폰 사업 실적을 반영했고, 영업점 직원별로 실적을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방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뜰폰을 판매하라고 권유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한시적으로 은행업에 대한 규제를 면제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융위가 KB국민은행에 알뜰폰 판매사업을 허가하면서 끼워팔기와 실적경쟁을 하지 않도록 부가조건을 걸었으나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알뜰폰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황당하다”며 “오늘 국감을 마치면 당장 KB국민은행장과 통화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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