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25 일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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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맞교대로 일하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 ‘모텔리어’근로계약서 ‘휴게시간 12시간’ 명시해 최저임금법 위반 피해 가는 숙박업소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모텔촌은 한밤에도 불야성을 이루지만 이른 아침에도 드나드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모텔리어’(숙박업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쉬는 격일제로 근무한다. 그런데 상당수 숙박업소들이 24시간 중 절반을 휴게시간으로 해 놓고 임금을 주지 않는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법정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하루 대리주차 차량만 150대
“엉덩이 붙일 틈 없이 일한다”


올해 2월부터 서초구 모텔촌 N호텔의 모텔리어가 된 이아무개(38)씨도 24시간 맞교대로 일했다. 1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이씨와 N호텔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그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0시30분까지다. 그런데 근로계약서에는 24시간 중 실근로시간이 12.5시간이라고 명시돼 있다. 나머지 11.5시간은 휴게시간이다. 근로계약서에는 1시간마다 45분 일하고 15분 쉬도록 돼 있다. 또 점심시간(1시간)과 오후에 3시간(오후 2~4시, 4시30분~5시30분) 심야시간에 4시간(오전 4~8시)을 포함해 총 11.5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적혀 있다. 심지어 '휴게시간 근로시 자발적 근로로 무급임을 인정한다'는 문구도 있다.

하지만 실제 근무해 보니 휴게시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씨는 “아침 10시 출근하는데 그때부터 손님들이 몰아닥치고 직장인이 퇴근하는 6시 이후부터 자정까지는 숨 쉴 틈조차 없이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대리주차하는 차량만 150대가 넘는데 어떻게 24시간 중 11.5시간을 쉴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씨가 스스로 자신의 실노동시간을 따져 봤더니 야간에 4시간의 휴식시간과 주간에 식사 및 휴식시간 1시간 등 총 5시간을 제외한 19시간을 꼬박 일했다.

1일 실노동시간 19시간 적용하면 시급 6천666원꼴
근로감독 사각지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신음


모텔이나 여관 등 숙박시설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모두 ‘호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데 관광호텔로 허가받으려면 객실이 30개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객실이 30개 이상인 숙박업소의 모텔리어는 ‘캐셔’와 ‘당번’을 분리해 2명이 근무한다. 객실이 30개보다 적은 경우 객실 판매와 주차, 온갖 잡일을 혼자서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씨가 근무한 N호텔은 12층 건물에 객실이 52개로, 3교대로 일하는 청소팀(6명)을 제외한 6명이 2개조로 돌아가며 24시간 호텔을 지켰다. 그는 ‘당번’으로 일했는데 객실 유지보수와 점검, 고객응대와 차량 주차, 호텔 운영서비스 전반 업무가 그의 몫이었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급여는 월 25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법정 최저시급이 적용된 포괄임금제로 기본급 146만1천250원(소정근로시간 175시간)과 주휴수당 35시간,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연차수당 등이 포함된 액수다. 이 밖에 근무시간에 맥주 같은 식음료를 판매할 경우 ‘맥주수당’, 숙박 손님의 이른 퇴실로 객실이 추가 판매되면 ‘더블수당’이 주어졌다. 이는 최저임금 산정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씨가 하루 19시간 일한 것을 토대로 임금을 다시 계산해 봤더니 시급은 6천666원으로 법정 최저시급(8천590원)에 훨씬 못 미쳤다. 월 근로시간만 따져도 288.8시간이고, 하루 11시간의 연장근로와 4시간의 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도 제대로 계산되지 않았다. 일한 만큼 월급을 받았다면 한 달 그가 받았어야 급여는 376만원이다. 그는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넣었다.

휴게시간을 늘려 최저임금법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행태는 숙박업소뿐만 아니다. 최근 급증 추세인 스터디카페 등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는 많은 사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근로감독이 소홀한 점을 악용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관수 공인노무사(대유노무사사무소)는 “24시간 근무 중 절반을 휴게시간으로 해 근로계약서상으로는 문제없도록 해 놓고 실제로는 부당하게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찾으려면 휴게시간에 실제 일했다는 사실을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주들이 이런 점을 노리고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일한 것이지 지시하지 않았다’고 발을 빼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위반과 임금체불로 사업주를 고발해도 노동부는 휴게시간에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일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을 경우 노동자가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준다. 이 노무사는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숙박업소들의 경우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숙식제공을 이유로 월 150만원도 안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노동자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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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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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만도못한 2020-10-20 06:03:47

    정말 처우가 편의점보다 못하네요....

    기본은 꼭 지켜져야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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