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임세웅 기자>
삼성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식 선언했는데도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조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복수노조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서울병원은 노조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기업노조를 설립하고 이를 노노갈등으로 위장한다”며 “노조를 인정하고 상생경영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이송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에스텍플러스 소속 비정규 노동자 100여명 중 50명은 지난 8월5일 삼성서울병원 새봄지부를 설립했다. 그런데 지부설립 3일 전 기업별노조가 생겼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에스텍플러스 중간관리자들은 8월 초 휴가원 제출을 이유로 직원들을 호출해 사무실 옆 간이책상 등에서 기업노조 가입원서를 받았다. 10년간 현장에서 일했던 변재원 지부장은 상황실로 전보 발령됐다. 상황실에는 6명 중 2명만 새봄지부 소속이다. 변 지부장은 “상황실에는 사람들이 없고 노조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에스텍플러스측에 공문과 유선을 통해 대표자 면담을 요구했다. 에스텍플러스측은 공문에서 “삼성서울병원측과 계약유지와 연장을 위해 재계약 관련 회의가 수시로 개최되고 있어 면담일시에 조정이 필요하다”며 “지부장과 사업장에서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재계약일은 매년 10월1일이다. 에스텍플러스는 15년 동안 삼성서울병원과 계약해 환자이송을 담당했다.

변 지부장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지부설립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긴급 대책회의가 열려 ‘노조설립을 막지 못하면 하청업체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소문이 돈다”며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감을 높여 노조활동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전국 77개 대학병원 중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에서만 노조가 설립된 역사가 없다”며 “삼성병원에서도 노조가 설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측은 “그쪽 기업 내 노노갈등은 저희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에스텍플러스 관계자는 “담당자가 외근 중이라 연락처를 남겨 놓겠다”며 “관련 건으로 전화가 많이 오고 있어 질문을 남길 수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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