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위원들이 지난 7월14일 새벽 공익위원이 1.5% 인상안을 제시하자 이에 반발해 전원회의장에서 퇴장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제정남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영세업체 최저임금 대응 실태를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위가 나서서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인다.

5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4차 정책연구 용역과제 입찰공고’를 내면서 이런 내용의 과제를 포함시켰다. 당시 노동부는 10건의 정책연구 용역 입찰공고를 냈는데 그중 4건이 최저임금 관련 내용으로 최저임금위가 관할한다. 최저임금위는 2007년부터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실태조사’를 했다.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체의 사업주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결정 수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이듬해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해는 별도로 ‘최저임금 적용 사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라는 항목으로 정책연구용역 과제를 선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체 대응 실태를 파악해 최저임금 효과 분석을 위한 기초 통계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조사범위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사업장 비율이 높은 곳이다. 숙박음식업이나 예술·여가, 기타서비스, 부동산업, 도소매업, 운수업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위는 이들 업종을 선정할 때 최저임금 미만율이 평균 이상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하라고 명시했다. 취약업종 사업체의 현황과 고용현황,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응 실태를 조사한다.

한국노총은 반발했다. 연구 결과가 최저임금 인상 억제 논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는 정책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 노·사·공익위원과 연구위원 등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후, 부대표급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논의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

올해 2월 최저임금위가 이런 연구과제를 제시했을 때 한국노총은 반대했다. 노동계 요청으로 결국 상반기 연구용역 추진은 보류됐다. 그런데 지난 8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결정에 반발해 노동자위원들이 전원 사퇴하자 정부가 슬그머니 연구용역을 재추진한 것이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사업체에서 최저임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해하는 수요가 있어 연구과제로 선정한 것”이라며 “노동계 의견을 듣고 싶어도 (사퇴 표명으로) 들을 수 없는 상황일 뿐 일방적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연구방향을 정하는 회의에 노동자위원의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노동계 의견 수렴 없이 연구가 진행되면 내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적용 사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는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가 연구책임을 맡아 12월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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