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금, ‘삼성공화국’을 해체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강사 채효정씨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호에 실은 글이다.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이처럼 통렬하게 고발한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사회가 ‘삼성공화국’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을 폭로했을 뿐 아니라, 감히 그것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대놓고 했으니 말이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 사회의 실세가 국가권력이 아니라 독점자본이라는 것, 독점자본의 한국적 형태는 독점재벌이라는 것, 독점재벌들 가운데 삼성재벌이 독보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 따위가 아니다. 진짜 놀라운 것은 이 독점재벌의 경제·사회·이데올로기·국가 지배에 대해 누구도 정면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치지도자 가운데 삼성재벌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있는가. 알 만한 진보정당이나 진보언론이나 진보학계 가운데, 노동운동단체 가운데 그런 주장을 펴는 곳이 있는가.

필자가 1974년에 번역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 미국노동운동 비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제3장 짓밟힌 노동운동 - 독점자본의 쇠발굽. 자본이 축적돼 감에 따라 기업합동(트러스트), 기업연합, 독점 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민중은 그 뒷전에서 허우적거리거나 독점자본의 쇠발굽 아래 짓밟혀 죽어 가고 있습니다. 법과 국민의 공복(公僕)들에 의해 면밀하게 견제받아야 할 기업들이 오히려 국민의 주인으로 뒤바뀌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의회에 보내는 연두교서, 1888년)”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는 이런 말을 하는 대통령이 없다는 것, 정치인도 지식인도 노동운동가도 없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로 놀라운 사실이다. 고작 소유·지배 형태를 상호출자·순환출자 대신 지주회사로 바꾸는 것을 재벌개혁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니. 그건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빼놓고 대부분의 재벌이 이미 실행한 것 아닌가.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 이재용 구속·실형 및 삼성재벌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와 1인 시위를 이달 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에서 진행한다는 광고를 며칠 전 진보언론에 싣고자 했다. 지난 7월3일 같은 내용의 집회와 시위를 했으나 진보언론들에서 일체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문광고라도 내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광고는 신문사 광고담당 부서에서 거절당했다. 한 곳이 아니라 두 곳 모두에서 거부됐다. 신문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삼성이 제공하는 광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광고부서의 삼성 담당자가 삼성재벌을 비판하는 광고 게재에 강력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부득이하다는 것이었다. 이 또한 ‘삼성공화국’의 한 단면일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자본독재의 나라를 많은 사람들이 민주공화국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점이다. 어찌 그렇게 될 수 있는가. 채효정씨가 지적했듯이 “모두의 것이 아닌 것을 모두의 것으로, 공화국이 아닌 것을 공화국으로 위장하는 데 ‘정부’가 동원된다. 그 정부가 ‘민주정부’라면 더 효과적인 착시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착시효과를 만드는 데 진보언론 또한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진보정치나 노동운동도 일조하고 있지 않은지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9월10일 공개한 “이재용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공소장 전문”을 추석연휴 기간에 읽었다. 자그마치 133쪽 분량이다. 그 언론사는 감히 이런 공소장 공개를 법이 금지하는데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단행했다. 공소장을 읽고 나서 확신한 것은 삼성재벌 고위층과 총수 이재용이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을 향해 새빨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거짓말 가운데 핵심을 추리면 이렇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추진한 동기와 목적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 합병 추진은 미래전략실과 이재용의 주도로 실행된 것이 아니라 제일모직이 자기 필요에 따라 삼성물산에 제안해서 추진된 것이며, 미래전략실에서는 경과보고만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합병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거나 지시한 바가 없다. 그리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해 합병시점·합병비율 등에 문제가 있다는 세간의 비판이 있으나 법률상·경영상 아무런 잘못이 없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로로직스와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삼성 미래전략실과 이재용은 무죄다.’

삼성측의 이런 논리대로라면 이재용은 어째서 박근혜·최순실에게 수백 억원대의 뇌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국민연금이 그 합병에 찬성하도록 도움을 요청했는가. 박근혜는 어째서 뇌물을 받고 이재용에게 합병 성사라는 이익을 제공한 죄로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됐는가. 그리고 특검에 의해 수십년의 실형을 구형받고 대법원에 의해 5년 이상 실형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는가. 기가 막힌다.

삼성 이재용은 현 대한민국 국가가 자신을 처벌하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국민을 향해 안면몰수하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가와 재벌의 나라이며, 그 가운데서도 삼성재벌의 나라다. 그런데 누가 감히 삼성재벌 총수를 처벌한단 말인가’ 이것이 그들의 속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이 현실이었다.

이 현실을 전복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대를 이어 삼성공화국이 될 것이고 오래지 않아 파탄날 것이다. 그리되면 나라를 파탄 낸 재벌과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이 지옥으로 굴러떨어진다. 이미 지옥인 나라에서. 그러므로 노동자·민중은 지체 없이 당장 삼성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그 첫 순서로 이재용을 박근혜처럼 감옥에 보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중형에 처해야 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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