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31일 박홍배(48·사진) 금융노조 위원장을 노동부문 최고위원에 지명했다. 전례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주류는 뱀눈을 하고 흘깃댄다. 보수언론은 노동계 입김이 강해진다며 우려를 쏟아 냈다.

박 위원장은 그만큼 부담감이 크다고 한다. 매일매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노조 현안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 고용과 건강 위기, 과제는 켜켜이 쌓였다. 추석을 코앞에 둔 지난달 28일에도 박홍배 위원장은 오전 정부에 택시노동자 노동시간단축과 건강증진 방안 검토를 촉구하고, 오후에는 산별중앙교섭 조인식을 치르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노조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체결한 산별협약에는 연대임금 조성안이 담겼다.

같은날 오후 <매일노동뉴스>가 서울 중구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박홍배 위원장을 만나 노동계 현안과 여당 역할에 관해 물었다.

“산업안전TF, 산재 줄이기 중장기 개선방안 제안”

- 더불어민주당 노동부문 최고위원 지명 뒤 한 달이 흘렀다. 어떻게 보냈나.
“최고위원 활동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여당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고민하고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었다. (금융노조 위원장으로서) 산별교섭을 마무리하기 위한 교섭 일정도 있었다.”

- 최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산업안전TF 단장을 맡았다. 어떤 성격의 기구인가.
“궁극적인 목표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죽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더 많이 보호하는 방안 등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기구다. 우선 현안에 대처를 먼저 하겠으나 연구와 중장기적 개선방안을 함께 제안할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와 여당 노동대외협력국,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도 협력할 계획이다.”

- 노동계의 현안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다.
“그렇다. 고용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지난 8월까지 고용동향을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 실업자가 많이 늘었다. 다만 정부의 고용유지 정책도 일부 기능하고 있어 최악은 면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문제는 4분기와 내년 상반기다. 고용위기가 훨씬 심화할 것이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부담을 져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도 조속히 도입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지만 고용문제만큼은 노동자의 부담을 정부가 나서서 해소해야 한다.”

-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우려도 여전히 크다. 콜센터 같은 취약사업장에서 집단감염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림막으로 분리하거나 책상을 이격하는 등 기본적인 방법도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재정에 부담을 느끼는 곳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줘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이 모인 곳은 위험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특히 취약한 곳에 대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도급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콜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노조는 정규직의 임금인상분을 연대임금으로 조성해 도급형태의 콜센터 노동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 정기훈 기자

“미흡한 점 지적해 실질적 노동존중 정당 만들 것”

- 노동계에는 여당의 노동존중 의지에 의문부호를 다는 목소리도 있다.
“맡은 역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노동계나 국민 모두 문재인 정부가 대선 당시부터 노동존중 의지를 드러내고 노력해 왔다는 것을 안다. 다만 지난 3년간 피부로 체감할 만큼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을 가진다. 나 역시 그렇다. 20대 국회가 많은 입법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끝맺었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지금 여당을 완전한 노동존중 정당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국격이 높아지고 국민 삶이 나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더욱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조하겠다. 실질적인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는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이스타항공 사태처럼 당내 인사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는데.
“노동자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있다면 노동부문 최고위원으로서 가감 없이 비판하겠다. 이를 통해 노동존중 인식을 확산할 수 있도록 강조할 계획이다.”

- 전태일 3법에 대해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현실적으로 전태일 3법에 대해 제1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많이 나올 것이다. 입법 자체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예상된다. 안타깝지만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력·배경에 따라 노동문제에 다른 시각을 가진 여당 의원도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동의청원의 원안 그대로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주민 의원이 준비하는 입법내용도 청원법안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견을 줄이고 당·한국노총과 함께 논의해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 산업재해를 줄이고 책임이 있는 기업과 기업주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당면한 현안이다.
“어려운 문제다. 조심스럽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논의하다 불공정 논란이 발생했다. 코로나19가 덮친 지금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이 제기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과 노동계가 모두 해소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문제다. 이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겠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당의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다.”

“여당·노조 충돌 순간도 있을 것 … 노동계 지혜 모으겠다”

- 조만간 국정감사인데.
“원외 최고위원이라 국감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만 노동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노동자와도 협력하면서 잘못된 노동사건 관련 처리나 현안에 더불어민주당이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 금융노조는 그간 노조의 정치세력화를 강조해 왔는데. 지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는.
“완성은 아니다. 앞서서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지금 당장 정치세력화 형태에서 가능한 모델은 노조가 정책적으로 실시했던 조합원의 정당가입과 정당의 의사결정 참여 방식이다. 그 정당이 노동친화적 정책을 펼치도록 활동을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노동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치인을 견제하는 적극적 역할을 노조와 조합원이 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방선거 등 많은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 다만 기존에는 그렇게 노조 출신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이들이 기성 정치인화하고 노동자성을 잃어버리는 한계도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노력도 확고히 해야 한다.”

- 금융노조 위원장과 여당 최고위원을 병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대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활동하다 보면 금융노조와 여당의 이해가 상충하는 순간도 있을 것으로 본다. 걱정도 되지만, 최대한 노동계의 지혜를 모아 충돌을 잘 돌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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