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동변속기 트럭을 운전해 봤다. 20여년 만의 일이었는데 용케도 몸이 기억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불편했다. 공동현관 자동문을 열고 들어서면 자동으로 거실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흐르며 아침이면 자동으로 커튼이 열리는 이른바 ‘스마트홈’이 이제 낯설지 않다. 한 전기차 업체는 얼마 전 완벽한 수준의 자율주행 전기차를 공언하기도 했다. 어릴 적 봤던 외화 <전격제트작전>의 키트가 내 눈앞에 굴러다닐 일이 멀지 않았다. 첨단 자동화공정에서 생산된 그것들은 분명 적지 않은 편리함을 품었을 것이다.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사람들은 거기에 익숙해 간다.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자동문 회전 속도에 보폭을 맞춘다. 종종 쫓기듯이 잰걸음한다. 가끔은 스스로 돌지 않는 회전문 앞에서 멀뚱 선 채 두리번거린다. 얼마 전 시골 부모님 집에 와이파이를 놓아 드렸다. 가끔 찾는 조카들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늙은 부모님도 스마트폰 쓰는지라 데이터에 목말라 하셨다. 이참에 말로 명령하는 인공지능 비서 기능이 담긴 스피커와 스마트 조명이며 이런저런 자동화기기를 시골집에 설치할 계획을 거창하게 세워 봤다. 웬걸, 그게 다 찾아가서야 가능한 것들이었다. 코로나19 비상상황 탓에 못 간 지 오래다. 스스로 도는 저 자동문도 사람 손을 타는구나 싶었다. 자동화니 스마트니 하는 것들 그게 다 뭐라고, 찾아가서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가을 타는구나 싶기도 했다. 바람 선선하고 하늘 높을 때면 자동문 열리듯 그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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