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지난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 전신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협으로 돌봄·교육시스템이 ‘셧다운’되면서 돌봄 공백이 낳은 비극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단기적으로 돌봄 공백 현장을 시급히 찾아내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돌봄의 공적체계 확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돌밥이 뭔지 아세요?”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돌봄 위기와 고용성차별,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고용 성평등 정책 포럼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돌봄·교육 시스템이 중단됐지만 정부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근본적 대책 대신 단기간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제시한 돌봄지원책은 가족돌봄휴가 연장, 가정양육수당 예산 확대, 아동돌봄쿠폰 지급 등이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사회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돌봄은 여전히 가족의 책임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특히 가족돌봄휴가와 같은 유급휴가·재택근무 등은 정규직 노동자에 국한된다”고 말했다.

공적 돌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 이에 대한 부담은 가정 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5~6월 여성 노동자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6.3%가 “돌봄노동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33.5%는 ‘독박 돌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럼에서 현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한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은 “돌아서면 밥을 해야 한다는 ‘돌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시기 여성들이 삼시세끼 밥 짓기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회사에 출근해도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아 점심밥을 챙기러 집에 들르는 사례들도 있다”고 말했다.

“돌봄 책임을 탈가족화, 선순환 구조 마련해야”

돌봄공백을 줄이고 여성에게 전가되는 부담을 나누려면 궁극적으로는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돌봄 영역을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는 대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무급으로 여성에게 전가해 온 돌봄 책임을 탈가족화하고 적절한 가치평가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영역에 대한 정부 지원과 투자를 통해 해당 영역의 고용을 확대하면 이는 결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로 이어지는 돌봄 경제의 선순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 돌봄체계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부장은 “공공이 직접 공급을 책임지는 공공 직영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을 대폭 확충하고, 이에 맞는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총 3차로 진행된다. 다음달 13일 ‘성차별 고용 환경 개선 위한 성평등 추진체계 개혁과제’라는 주제의 2차 포럼이, 11월10일 마지막으로 ‘고용성차별 행정제도 어떻게 바꿀 것인가?’주제의 포럼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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