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24일 오전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명절 차별 실태를 증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례상 차림으로 실태를 표현했다. <정기훈 기자>
추석연휴 시작 한 주를 앞두고 국회 앞 두 개의 차례상이 차려졌다. 한쪽 상에는 컵라면과 즉석조리밥이, 다른 상에는 제철 과일이 놓였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공공부문 정규직과 비정규 노동자의 명절상여금 등 복지수당 차별을 빗댄 것이다.

학교에서 영양사로 20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김미경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정규직이 명절상여금 100만~200만원을 받을 때 공무직은 50만원을 받아 차례상을 차리고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린다”며 “명절만큼은 정규직과 차별 없이 지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차례상 뒤 한데 모인 비정규 노동자들은 저마다 경험하고 있는 차별실태를 고발했다. 노조는 2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 차별 예산을 국회가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일반연맹도 같은 장소에서 뒤이어 “공무직 차별·격차 확대 2021년 기재부 예산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는 2018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전환 노동자에게 명절상여금으로 연 8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통기준을 세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중원 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장은 “설날과 추석 때 25만원씩 연간 50만원의 명절상여금을 받는다”며 “같은 무기계약직인데도 명절상여금 차별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우정실무원으로 우정사업본부 소속돼 집배원이 우편물을 배송하기 전 분류작업을 도맡는다.

무기계약직 전환 노동자 중에는 명절상여금을 아예 지급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오정진 노조 인천항보안공사지부장은 “정규직은 기본급의 180%를, 기존 무기계약직은 연간 110만원을 명절휴가비로 받는다”며 “그런데 ‘무기계약직2(정규직 전환정책 이후 전환자)’는 명절휴가비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인천항보안공사는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항만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정규직 전환 이전 공사 기존 무기계약직은 무기계약직1로 불린다.

노조는 “명절상여금 지급 기준을 80만원으로 일괄적으로 정하고 3년이 지나도록 개선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인상을 예산지침으로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가 차별을 방기하고 용인·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규직과 공무직 노동자의 명절휴가비·급식비 등 복지수당 차별이 해소되려면 정부가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공무직 상용임금 인상률을 내년 공무원 임금인상률(0.9%)보다 0.6%포인트 높게 적용하고, 급식비 1만원을 인상하겠다고만 결정했다. 현재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연맹은 “공무원의 경우 0.9% 임금인상률과 별도로 호봉 승급분을 포함하면 실질임금 인상률은 3% 이상이 돼 공무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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