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원 객원기자

바스프(BASF) 아시아태평양지역 노조 네트워크 회의가 지난 21일 화상으로 열렸다.

인도네시아·인도·말레이시아·필리핀·독일·브라질·스위스·호주·한국 노조간부 30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가지 도전을 맞고 있는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의 현황을 살펴보고, 노사관계와 노동조건 변화를 점검해 노조 간의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끈 사안은 바스프 회사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활동에 노조가 참가하는 문제였다. 바스프는 독일 루드비그샤펜 본사에 글로벌 위기팀을 꾸리고 일상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방역당국과 여러가지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참여하는 공동결정제도로 유명한 독일에서는 기업 이사회 구성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이사회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감독회(supervisory board)를 통해 노동자 경영참가가 이뤄진다. 감독회 성원의 절반은 종업원대표가 맡는다. 감독회에서 활동하는 종업원대표에는 해당 기업의 종업원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과 아무런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산별노조 간부도 선임될 수 있다. 이런 제도 덕분에 바스프 본사 코로나19 글로벌 위기팀의 활동과 사업은 자동으로 감독회에 참여하는 노동자대표에게 보고되고 심의된다. 독일에서 바스프를 조직하고 있는 노조는 조합원 65만명의 독일광산화학에너지노조(IGBCE)다.

회의를 주재한 인더스트리올 글로벌노조의 톰 그린터 화학산업국장은 “아시아 각국 바스프 공장에서 사용자가 꾸린 코로나19 대응팀에 노조가 초대받아 참여하고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IGBCE의 미카엘 볼터스 국장은 바스프 같은 세계적 규모를 가진 다국적기업에서 이뤄지는 코로나19 대응 활동에서 노동자대표의 참여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 각국 바스프공장 노조들이 회사의 코로나19 관리 정책과 활동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회의에서는 바스프의 재무 상황도 보고됐는데, 2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글로벌 매출은 12%, 순이익은 35% 감소했다. 하지만 매출 변동을 지역별로 살펴봤을 때, 코로나19 대응을 잘한 중국 경제의 선방으로 바스프 아시아는 3% 증가했다. 유럽(-21%)·독일(-39%)·북미(-10%), 남미와 아프리카 등 기타 지역(-15%)과 비교할 때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전년대비 2분기 순이익도 아시아는 중국의 호조에 힘입어 2% 증가했다. 반면에 유럽(-22%)·독일(-33%)·북미(-9%), 남미와 아프리카 등 기타 지역(-17%)이 감소하면서 바스프 글로벌 수준에서 12% 줄어들었다.

회의에 참가한 송진광 한국바스프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한국도 상반기에는 사정이 어려웠으나 하반기 들어서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이 정상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국바스프는 여수·울산(2개)·군산·안산·예산공장 모두에 생산직 노조가 따로 조직돼 있다. 서울 본사와 전국 공장에서 일하는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사무직노조도 별도로 있다. 생산직 종업원은 대부분 노조에 가입해 있는 데 반해 사무직 종업원의 조직률은 33%에 불과하다. 전체 종업원 970명 중 노조원 비율은 64%에 그친다. 한국바스프에 공장별로 노조가 존재하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첫 걸음으로 한국바스프노조협의회를 꾸려 공장별노조들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고 사용자를 상대로 동일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바스프 아시아태평양지역 노조 네트워크는 2000년 출범해 올해로 20년을 맞고 있다. 1999년 출범한 바스프 남미지역 노조 네트워크는 남미 지역 차원의 단체교섭을 논의하고 있다. 바스프의 대륙별 노조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6월 16개국에서 온 노조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터키 이스탄불에서 바스프 글로벌 노조네트워크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기업·국가·지역·글로벌 등 모든 수준에서 노조 간 정보교환을 위한 네트워크 활성화 △단체교섭에서 산업안전보건과 비정규직 개선 요구 △사업장별 노조 조직률 제고를 통한 단결력 강화 △모든 수준에서 사용자와의 사회적 대화 활성화 △기술 변화에 따른 사업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단위노조 간부의 역량 향상을 결의한 바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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