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가 정부가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정신에 위배된다며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30일 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ILO 기본협약 4개 중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98호), 강제노동 협약(29호)을 비준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노조법 개정안 내용이 ILO 협약에 부합한지를 따졌다. 바뀌는 8개 조항을 분석했는데, 5개 조항은 ILO 협약을 위반했고, 한 개 조항은 부분적으로 부합한다고 봤다. 종사자 아닌 조합원이 사업장 내 노조활동을 제한하는 내용, 기업별 노조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유지한 내용,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한 내용, 생산시설을 점거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한 내용이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실업자·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은 특수고용직이나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 부분적으로만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개별교섭 때 사용자에게 성실교섭 의무를 부과한다든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업이 다양한 교섭방식을 선택·촉진할 의무를 부여하는 개정안 조항은 문제 있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유지하는 내용이어서 의미가 없다고 풀이했다.

개정안이 이미 사업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지엠은 지난 10일 12차 교섭에서 임금협상을 2년 주기로 하자는 내용을 담은 제시안을 제출했다. 14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회사 제시안의 핵심은 수익성 회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노사 모두 역량을 집중하고 상호 윈윈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임금·단체협약 등을 포괄하는 2년 계약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장)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있었기에 한국지엠도 이러한 제시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노조 400여개 사업장 가운데 100여곳에서는 교섭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개정안으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여당은 180석이라는 숫자로 ‘개악안’ 통과를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속산업 노사는 지난 16일 13차 교섭에서 종사자 아닌 조합원과 노조간부의 사업장 출입·노조활동을 보장하기로 잠정 합의한 바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기자회견은 서울을 포함해 전국 9곳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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