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는 필수정책이 됐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임금노동자에서 전체 취업자로 확대하는 데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남은 것은 방법이다. 임금노동자를 기반으로 설계한 현행 고용보험 제도는 소득 파악이나 실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특수고용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프리랜서를 포괄하기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지금과 같은 사업장 중심의 고용보험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접일자리 예산 효율화 하고
고용서비스 인프라 투자 확대해야”


22일 오후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전 국민 고용보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단계적 도입이냐, 전면적 도입이냐는 논쟁부터 특수고용직 소득파악 방법과 일자리 예산 효율화 방안까지 폭넓게 다뤄졌다.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용안정망 재정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아 경기변동이나 산업·기술 변화에 따른 실업자 소득유지 지원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자리 예산이 고용안정망보다는 공공부문 직접일자리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의 고용안정망이 허술하다 보니 이들의 소득지원을 목적으로 한 직접일자리 사업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 OECD 생산가능인구 대비 일자리사업 참여자 비율은 평균 8.9%인데 반해 지난해 우리나라는 13.6%를 기록했다. 반면 실업소득유지지원 수혜비율은 OECD 평균(5.14%)이 우리나라(2.31%)의 두 배를 상회한다. 주 선임연구위원은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도입 논의와 함께 일자리 예산 효율화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서비스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우리나라 고용서비스 재정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0.04% 수준인데 OECD 평균(0.13%)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고용서비스 인력의 장시간·저임금 노동구조에 기댄 지금의 구조로는 늘어나는 고용서비스 질 향상이 어렵다. 이미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사업에 170만명 넘게 몰리면서 고용서비스 인프라가 얼마나 빈약한지 경험했다. 주 선임연구위원은 “고용서비스 종사자를 확대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면서 역량을 높여야 하는데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논의에 이런 부분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3천만명 소득파악 체계 구축 ‘관건’
원천징수 소득신고나 종합소득세 신고자료 활용 가능

정부는 올해 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고용노동부가 TF를 구성해 국민 소득정보 파악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 15~75세 인구의 72% 가량인 3천만여명에 대한 소득파악 체계가 필요하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사업은 특수고용직·프리랜서가 제출한 서류를 기반으로 지원 대상을 선별했다. 국세청이나 노동부가 이들의 소득파악 자료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 소득파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근로소득 연말정산이나 사업소득신고 자료 등으로 어느정도 가능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천징수 소득신고 자료에 기반해 사업소득을 파악하는 방법, 사업소득으로 신고된 근로장려세제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 거론됐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가 활성화하면 거래금액과 수수료가 대부분 전산화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원천징수 신고자료를 활용할 경우 2018년 귀속소득 기준으로 146만명의 특수고용직 소득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 파악이 가능해지더라도 사업주 부담분을 어떻게 징수할 것인가, 특수고용직을 우선 적용하고 자영업자를 차선으로 도입하는 단계적 시행이냐 전면 시행이냐 등 쟁점은 남아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세청 원천징수 통계를 보면 2018년 일용근로소득자 777만명 중 연간 100만원 이하 소득자가 225만명, 100만~300만원 소득자가 200만명이고 연말정산 근로소득자 하위 10% 과세대상 연간임금은 300만원 수준”이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을 시행해도 상당수가 실업급여로 보호하기엔 어려운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성 연구위원은 이어 “실업급여 제도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특성상 단기 취업일자리에서 실업을 반복하는 저소득 노동시장 참여자를 보호하는 실업부조 제도도 함께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정한 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코로나19로 고용안정망 사각지대의 일자리 위기 충격은 더 가혹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당연적용은 필수적이지만 보험이라는 성격상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노동계는 신속한 위기대응을, 재계는 산업현실을 고려한 대응을 강조하는 만큼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올해 말 제출하는 로드맵에 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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