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성립 요건인 10만명 동의를 채웠다. 이에 따라 노동계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입법을 추진한 이른바 ‘전태일 3법’이 모두 국회서 다뤄지게 됐다. 전태일 3법은 5명 미만 사업장까지 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다.

근기법·노조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소관 상임위로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보면 22일 오전 9시30분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는 청원에 10만명이 동의했다. 국회는 올해 1월부터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청원 중 30일간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경우 소관 상임위에 넘겨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26조는 국민의 청원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전태일 3법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을 지난달 26일 시작했다. 전태일 3법 중 근기법·노조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10만명이 동의하면서 성립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청원안 소관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 근기법·노조법 소관 상임위는 환경노동위원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근로기준법·노조법 개정 청원안은 소관위에 넘어갔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소관위 회부 통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청원안은 산재사고 발생시 기업과 기업주·관련 공무원을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매년 2천4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과 기업의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청원인이다. 고 김용균 노동자는 2018년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근기법 개정 청원안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보호가 목적이다. 현행 근기법 11조(적용범위)에 따르면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근로시간·유급휴가·경영상 해고절차 등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방법이 없다. 5명 미만 사업체는 전체의 60% 이상이다. 민주노총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358만6천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 청원안은 법 2조(정의)에 명시된 ‘근로자’의 정의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까지 포함해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조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사용자’의 정의에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까지 포함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노총은 간접고용 노동자 수를 346만5천여명, 특수고용 노동자 수를 220만9천여명으로 집계했다. 근로기준법·노조법 개정안은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청원인이다.

여당 내에서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입법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험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16년에도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는 단 한 번도 심의되지 못했다. 당시 법안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했다. 노조법 2조 개정안도 20대 국회때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노동계는 이번 만큼은 국회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 10명 이상이 찬성해서 발의하는 입법안과 국민 10만명이 만든 동의청원안의 무게는 다르다”며 “10만명의 국민이 청원한 이상 이제 정치권과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여당 내에서도 전태일 3법 입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에서 “우리 당 의원님들께서는 국민들의 청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충실히 논의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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