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5월 가동을 멈춘 한국지엠 군산공장.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지엠이 부평2공장 폐쇄 계획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2022년 이후 부평2공장 생산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구조조정과 공장폐쇄를 우려하던 문제가 현실화한 셈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이슈몰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교섭 제시안에 부평2공장 사실상 폐쇄 계획 밝혀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21일 오후 진행된 14차 2020년 임금·단체교섭 자리에서 ‘부평공장 미래발전방안 관련 보충 제시안’을 내놓았다. 제시안에 따르면 “회사는 부평2공장 활용방안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검토했으나 신규차량의 경쟁력 확보나 부평공장 전체의 효율적인 가동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내수 및 수출시장의 수요가 있고 전반적인 공장 운영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부평2공장 차종에 대한 생산일정을 일정 기간 연장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겠다는 의미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교섭 과정에서 회사에 부평2공장 생산물량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해 왔다. 사측은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다가 이날 처음 제시안을 내놓으면서 폐쇄 계획을 공식화했다.

한국지엠은 2018년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글로벌 신차 2종을 배정하는 조건으로 KDB산업은행에서 8천1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이에 따라 부평1공장에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올해부터 생산하고 있고, 창원공장에서는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배정돼 2023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 등을 생산하는 부평2공장은 2022년 8월 말 이후에는 생산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대선 앞두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전문가들은 2018년 전북 군산공장 폐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전 세계로 확장경영을 하던 지엠 본사가 수익이 나지 않으면 거침없이 공장 문을 닫는 등 규모의 경제에서 멀어져 온 데다 한국이 생산공장으로서 매력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지도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한국지엠이 차지하는 점유율과 노동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지엠 입장에서 공장폐쇄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장폐쇄로 인한 구조조정 바람 속에서 노조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상 칼자루를 지엠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선거와 물려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서 노조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부가 강경하게 대응하면 지엠이 이를 빠져나갈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2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사측이 부평공장 미래발전방안에서 밝힌 다른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제시안에서 “지엠의 글로벌 차량개발계획에 따라 C-CUV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신규 SUV/C-CUV 타입 차량(신규차량)을 배정하는 계획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트레일블레이저 라인에 창원공장에 배정된 CUV와 거의 유사한 차량을 2023년에 넣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이렇게 되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간 물량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부 신청으로 지난 14일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1차 조정회의에서 조정기일 연기가 결정돼 2차 조정회의가 24일로 예정돼 있다. 지부는 쟁의행위를 가결한 상태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총원 대비 80%가 찬성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하면 쟁의권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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