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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룰 수 없는 사학 혁신 ④] 사립학교법 개정, 국민이 나서야 하는 이유김경한 교수노조 중부대지회 사무국장

우리나라 사학에는 매년 14조원 넘는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다. 그만큼 공공성 강화가 필요함에도 사학 비리와 전횡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사학은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내세우면서도 교육기관을 자신의 사유물로 취급했다. 부패사학재단은 내부 구성원에게 침묵을 강요하며,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철저히 외면했다. 사학 혁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교수노조가 사학 현실과 사학 혁신 방안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김경한 교수노조 중부대지회 사무국장


사학비리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썩은 고리다. 사학비리가 끊임없이 재발하는 이유는 돈벌이 수단으로 학교를 시작한 부패사학에서 총체적 비리가 쏟아져 나옴에도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해 이사장 일가의 횡포를 묵인하고 방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사학비리를 적발해도 셀프징계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행 사립학교법이 있다. 사학재단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그간 사학·교피아(교육부+마피아)와의 검은 유착관계가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돼 왔고, 사학비리에 유독 관대한 검찰이나 사법부의 법 적용이 사학범죄를 조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학적폐 청산을 위해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사학 개혁 시동을 14년 만에 다시 걸었다. 지난해 말 사학 공공성 강화를 담은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사학재단과 자유한국당(국민의 힘 전신)은 “사학 장악 시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그간 상당수 사학법인은 사학을 공공재가 아닌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며, 대대손손 ‘치외법권적 성역’을 누렸다. 하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양심도 갖추지 않은 채 국가에 재정 지원을 요구할 때만 “사학은 국가공공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 노력은 외면한 채 자기모순을 초래했다. 사학을 사유재산으로 간주하거나 운영자의 사적 처분권으로 간주해 전횡을 저지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국내 사학은 지난 수십년간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을 이유로 재정난을 호소하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대부분 사학은 학교 재정을 등록금에만 의존하면서 막대한 적립금은 쌓아 뒀다. 그러면서도 장학금 지급과 등록금 인하 같은 학생여건 개선엔 인색했고 수익용 재산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됐다. 매년 사학에 지원되는 혈세는 14조원으로 사학들의 회계부정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공연한 채용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정치검찰은 만연한 사학비리에도 부실수사와 선택적 수사로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 비리 사학의 뒷배가 된 사법부는 비리 재단과 공생 관계를 구축했다. 부실한 사학법을 근거로 사학을 사유재산으로 간주하는 시대착오적인 판결을 내렸다. 족벌 사학과 권력 간 유착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현직 교피아와의 부당거래를 통해 족벌 사학은 권력 집단화하며,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했다. 교피아들은 사학 취업으로 보상받았다. 그 결과 사학이 망해도 비리를 저지른 설립자와 그 일가는 소유재산을 그대로 챙겨 가게 된다. 이게 현재의 사립학교법이다. 어쩌다가 사학이 ‘통제 받지 않는 그들만의 왕국’이 된 것일까.

지난 2월 ‘문재인 정부 사학 혁신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사학단체들과 1야당인 국민의 힘, 곽상도 의원과 심재철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사학정책을 규제에서 육성으로 전환 △사학 해산시 잔여재산을 설립자에게 반환 △학교법인의 법정부담금 폐지 등을 제안했다. 비리 척결에 앞장서고 국민을 대변해야 할 정치권이 사학 비호에 나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부패사학과 비리 카르텔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같은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국가 기본을 흔드는 일탈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사학비리 해결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시급한 국정과제다. 다행히 21대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국회 교육위 여당 의원은 윤영덕·서동용·박찬대 의원 등이다. 하지만 사학 혁신을 위한 야당의 움직임은 미진하다. 비리사학과 정치권과의 유착관계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비리사학재단 호주머니로 줄줄 새는 상황에서 사학비리에 관대한 권력의 카르텔을 국민은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국민들이 앞장서 사학 혁신을 위한 의견을 내야 한다. 부패사학과 권력의 카르텔로 이뤄진 후안무치한 부도덕성으로 교육이 황폐화하기 때문이다. 민생 현안인 사학 혁신을 뒤로한 채 연일 이어지는 조국과 추미애 때리기로 국민의 피로도는 날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검찰개혁보다 힘든 사학개혁. 과연 가능할까. 국민이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학개혁에 있어 국민이 권력을 행세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부정부패 척결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백년대계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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