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권정오(55·사진) 전교조 위원장은 “이길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을 두고 한 얘기다. 당초 전교조는 패소할 경우를 고려해 현수막과 기자회견문을 각각 2개씩 준비했다. 하지만 권 위원장은 승소의 기쁨을 담은 입장문 하나만 준비했다. 그는 1989년 전교조 창립 멤버이자, 노조 아님 통보 뒤에도 전임자로 활동하다가 2016년 직권면직당한 해직교사다. 그는 당시 판결을 회고하며 “지난 7년간의 투쟁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입증된 순간이었다”며 “요즘 세상이 아주 희망차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권정오 위원장을 만났다. 법적지위를 회복한 소감과 전교조의 과제, 학교 현장의 현안에 대해 들었다.

지난 7년간의 투쟁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20일 기준 경남(2명)·대구(1명)를 제외하고 법외노조화를 계기로 해고된 교사 대부분이 복직 절차를 마쳤다. 남은 이들도 곧 학교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2017년부터 정부에 노조 아님 통보를 직권 취소하라고 요구해 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해직교사들은 기쁨을 표하면서도 전교조 문제를 사법부에 미뤄 온 정부를 비판했다.

- 청와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
“3일 대법원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도, 7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렇게 얘기했다.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을 만났을 때도, 16일 교육부 장관을 만났을 때도 그 이야기를 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7년의 시간 중에서 3년반은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다. 이 문제를 발생시킨 것은 전 정부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와서도 3년반을 해결하지 않고 지금까지 미뤄 온 만큼 현 정부의 책임이다.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면 전제가 있다. 과거의 잘못된 일에 대한 철저한 반성·성찰, 그 다음에 피해에 대한 사과와 위로. 이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청산이 어렵다고 본다. 16일 교육부 장관도 전교조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게 출발점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조건이 사과와 위로를 표명하는 것이라 본다. 이것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과연 촛불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19로 중요성 커진 학교자치, 법제화해야”

-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
“교사들이 온라인수업과 대면수업을 돌아가면서 반복하고있다. 교육부 지침이 계속 바뀌면서 과중한 업무부담이 문제되고 있다. 다음주부터 시행할 방침을 3일 전에 발표해 수업을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기도 한다. 온라인수업이 대면수업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학교에서 학습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온라인에서 화면을 보다 보니까 인격적 교류가 어려워 교사들의 아쉬움이 크다.”

- 코로나19 시대, 전교조의 과제는 무엇인가.
“학급당 학생수를 스무명 이하로 낮추는 것과 학교자치를 법제화 하는 일이다.

앞으로 감염병이 우리의 일상에서 상수가 될 거라고 본다. 감염병은 상수고, 학교 환경을 감염병에 최적화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볼 때, 학급당 학생수를 낮추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학교 교육주체 간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이 무척 커졌다. 학교 주체 간 소통을 교장이 잘 이끌어 가는 학교일수록 학교 특성에 맞는 지침과 대안을 만들었다. 그러려면 학교가 스스로 결정하고 무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학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법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를 학교자치 역량이라고 한다. 교사와 학생은 학생회, 학부모는 학부모회를 만들어서 각 (모임의) 기능이 법적인 권한을 가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여기에 교장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게 작동하므로 현재처럼 점수에 기반해 승진하는 구조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교장승진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 조합원 조직화 계획은.
“7년간 피 흘리며 싸웠기 때문에 신규 교사들이 다가오기 두려운 조직이었다고 본다. 보수언론의 왜곡된 보도도 심했다. 젊은 교사들이 가진 공정성에 대한 추구나 자기 일상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존중해야 한다. 개인주의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그런 것을 존중하고, 손을 내밀고, 우리가 무언가를 줄 수 있도록 내용이 있어야 한다. 전교조도 그것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전교조TV’도 만들었다.(웃음) 나는 임기가 얼마 안 남았지만 전교조 안에 젊은 사람들이 간부로 진출해야 한다고 본다.”

“50만 교원 위한 단협 만들 것,
학교돌봄은 지자체로 이관해야”


- 교육부와의 단체교섭 요구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전교조와 교육부가 준비되면 곧 교섭을 재개할 것이다. 2013년 단협 요구안을 7년 만인 2020년에 요구하는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 뿐만 아니라 50만 교원 전체를 대상으로 단체교섭 의제를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중요한 요구사항을 단체교섭 안에 넣을 생각이다.

몇 년 전 10만 교원 실태조사라는 걸 했다. 학교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뭐가 가장 절실한 과제인지를 묻는 설문조사였다. 그중 첫 번째가 업무 경감이었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수업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업무를 한다. 중학교 교사는 하루에 평균 한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상담·행정·교재연구 등을 한다. 그중 행정업무 시간이 가장 많다.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행정업무를 줄일 필요가 있다.”

▲ 정기훈 기자


- 돌봄교실을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이관하자는 입장인데.
“교육과 보육은 다른 개념이다. 보육이라는 개념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 박근혜 정부 때였다. 당선 이후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돌봄을) 학교와 학교 업무에 덧붙여 버렸다. 시·도 교육청에서 돌봄을 알아서 하라고 해 진보적인 교육감들과 마찰이 많았다.”

돌봄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정적인 업무를 모두 교사들이 하고 있다. 거기서 오는 마찰이 엄청 심하다. 교육과 보육을 합쳐 놓으니까 교육도 안 되고 보육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도 잘 되고 보육도 잘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 비정규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도 잘 알고 있다. 지자체가 보육을 맡게 되면 지자체가 외주화를 할 수 있어 우려하는 것이다. 노동조건이 악화할 수 있다. 그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런 걱정과 우려에 대해서는 전교조가 함께 싸우겠다.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라든가 생존조건이 확고하지 않으면 돌봄서비스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보육을 포함해 사회적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은 준공무원화가 돼야 한다.”

-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난다.
“2013년 법외노조가 된 뒤 위원장이 총 4명이다. 앞의 위원장 세 분이 단식·삭발·3천배와 오체투지도 하고 고생을 많이 했다. 세 분의 위원장이 닦아 놓은 길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위원장을 맡았다. 그 세 분의 노력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복직한다는 것이 이제서야 좀 실감이 난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어 두렵기는 하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회가 생겨 행복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