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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공평한 정의
▲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공정의 시대다.

대통령이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서른일곱 번을 언급할 정도로 ‘공정’에 대한 얘기가 차고 넘친다.

공정‘한’ 시대는 아니다.

모두가 공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공정은 무엇일까.

‘공평하고 올바름’. 공정의 사전적 뜻이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공정은 ‘올바름’보다는 ‘공평’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듯하다. 특히 청년세대가 제기하고 있는 ‘공정’이 그러하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별 따기보다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무한경쟁에 몰린 청년들은 ‘공평’의 공정에 민감하다. 비정규직이 들어오는 자리가 정규직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소위 ‘인국공 사태’는 이들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사실 인국공 전에도 그 전조는 수없이 나타났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대해 “무임승차” “임용고시 합격하라”며 예비 교사 노동자와 기존 교사들의 냉소가 있었다. 공기업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을 반대했다.

경쟁의 영역에서 공정은 ‘공평이라는 반쪽의 의미일 수밖에 없다.

바늘 귀보다 작은 취업 경쟁에서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학벌과 자격증·성적 같은 스펙만이 공정한 평가의 대상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현장 경력과 그 시간 동안의 노력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기존 정규직과 취준생들에게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재 위치는 공정한 과정이 아닌 이미 결정된 그들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은 공평뿐 아니라 올바름, 즉 정의의 의미이기도 하다.

청주방송에서 14년 동안 일해 온 이재학 피디는 정규직보다 두 배 더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3분의 1에 그쳤고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한 채 지난 2월 프리랜서의 이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태안화력의 김용균, 구의역의 김군은 목숨을 잃기 전까지 비정규 노동자였다. 뿐인가. 오늘도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와 외주화한 위험 속에서 노동하고 있다.

현재의 일자리 구조 속에서 더 많은 청년들이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상관없이 비정규 노동자가 될 것이다. 이들의 노동은 결코 스펙과 학력만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는 공평한 공정도 필요하지만 정의로운 공정이 더 요구된다. 지금의 시대가 공정하지 않다면 정의로운 결과를 낳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은 심판의 불편부당으로 가능할 수 있겠지만 청년의 삶이 스포츠나 게임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이 판정을 내리는 것에 그쳐서도 안 된다.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이야기했다.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이, 한편에서는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정부의 성찰이 큰 목소리보다는 많은 목소리와 소통하면서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대통령의 취임사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청년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로 가는 바른 길이 열린다.

한국노총 대변인 (labornews@hanmail.net)

이은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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