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알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던킨도너츠를 생산하는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비알코리아는 현재 협력업체 직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7일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비알코리아 안양공장에서 던킨도너츠를 생산하는 협력업체 하나산업 노동자들은 지난 14일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해 노조 던킨도너츠비알코리아지회를 출범했다. 던킨도너츠 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회 설립 배경에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있다. 비알코리아측은 지난 7월 “협력업체 소속 생산직 직원 240명을 본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불법파견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비알코리아는 전국 6개 공장에서 던킨도너츠를 만드는 협력업체 세 곳의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지휘하는 등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깜깜이’ 논란이 일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초 비알코리아는 이달 14~15일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쳐 16일 하나산업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노동자들에게 밝혔다. 그런데 사측은 14~15일 노동자 개별 면담을 통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노동자에게 배부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쓰기 전까지는 내용을 노동자에게 공개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본사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받는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존 본사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나 상여금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며 “협력업체 때 임금과 근로조건은 그대로 유지한 채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별 노동자들은 이런 노동조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동자에 근로계약서를 배부하지 않아 노조가 따져 보기도 힘들다”며 “들리는 이야기로는 근로계약서에 지난주 설명회에서 사측이 했던 말과는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잡음이 일면서 근로계약서 작성과 정규직 전환 시기는 미뤄졌다.

지회는 지난 16일 비알코리아와 하나산업에 “근로계약서의 명확한 내용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본사 정규직 전환 근로계약서 작성 절차에 대한 불법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조사를 요구하고 민·형사상 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회는 비알코리아에 △온전한 정규직화 △삭감된 상여금 복구 △합리적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SPC그룹은 2017년에도 불법파견 논란이 일었다. 당시 노동부는 SPC의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 5천300여명에 대해 위장도급이라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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