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 5월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당사자인 예술노동자들은 개정 법안을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7월에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그런데 당사자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정부 법안을 비판하고, 대리운전노조는 전속성 기준 폐기, 노동기본권 쟁취를 내걸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57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는데 예술인·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왜 법안을 비판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현재 법안으로는 실제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말 시행 예정인 개정 고용보험법은 예술인 중 ‘예술인 복지법 4조의4에 따른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예술인 중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사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8년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활동 계약 체결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더욱이 고용보험법에 규정된 것처럼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더욱 미미하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문화예술용역계약서 작성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시정명령 등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실효성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그동안 임금을 못 받은 예술인들이 노동부를 찾아가면 이들의 계약서를 보고 “근로자가 아니니 법원으로 가라”는 내침을 당하기 일쑤였다.1)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특례적용하는 정부 법안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 법안은 특수고용직 중에서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사람”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문구대로 법이 통과한다면, 사업주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지도 않고 사업주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골프장 경기보조원·간병사 같은 많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에서 배제될 것이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경우 1999년 이후 노조가 조직되자 골프장 사업주가 이들의 근로자성 다툼을 피하기 위해, 내장객들로부터 받은 캐디피를 사업주가 배분하던 방식을 없애 버렸다. 정부 법안이 이대로 통과한다면 이번에는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노무제공계약’이라는 형식을 지워 버리려 할 것이다.

게다가 정부 법안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사업주가 고용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고용 노동자를 실제 이용하는 사업주가 중간관리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쉽도록 돼 있다. 얼마 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은 타다 드라이버의 예를 들어 보자. 타다 드라이버는 인력공급업체에 다름없는 중간관리업체와 프리랜서계약을 맺고 타다를 위해 일했는데, 중노위는 이들의 노무제공의 실질을 살펴서 중간관리업체가 아니라 타다를 사용자로 인정했다. 그런데 정부 법안대로라면 타다가 아니라 중간관리업체가 고용보험법상 사업주책임을 져야 한다. 택배기사·대리운전기사·화물운송기사·웹툰작가 같은 실제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중간관리업체가 끼어 있는 대부분의 특수고용 직종에서 똑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지나친 기우라고 말하지 말라. 200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조항에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제공이라는 문구가 들어갔을 때 이것이 ‘오직 하나의 사업에의 전속성’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전속성’ 기준 도입으로 인해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는 약 13만명, 전체 특수고용직의 5%도 되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에 호소한다. 예술인·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기 위해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했음을 입증해야만 하도록 만드는 정부 법안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반드시 교정해 달라. 사용자는 책임을 떠넘기기 쉽고 노동자는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게 만드는 불평등한 운동장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각주

1) 김현호, “예술인들에게 노동부의 문을 열어라”, 매일노동뉴스 201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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