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성 변호사(박삼성 법률사무소)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두52153 판결

1. 대상판결의 쟁점과 판단 요지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7두52153 판결의 쟁점은 “4년 이상 계속근로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기간제법) 4조2항의 ‘사용자가 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됐음에도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로 포섭할 수 있는지”였다.

1심 법원은 이를 부정하였고, 2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였으며, 대법원에서는 이를 부정해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해 체결되거나 갱신돼 일정한 공백기 없이 기간제 근로자가 계속적으로 근로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기간제 근로계약에서부터 최종 기간제 근로계약에 이르기까지 기간 전체가 기간제법 4조에서 말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으로서 ‘계속근로한 총기간’에 포함돼야 한다. 다만 기간제 근로계약의 대상이 되는 업무의 성격,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 또는 갱신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의사, 반복 또는 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을 전후한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 내용·장소와 근로조건의 유사성,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와 반복 또는 갱신 과정에서 이뤄진 절차나 그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사자 사이에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 또는 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계속된 근로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에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하여 광주 영어회화 전문강사 사건의 경우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해 근로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판단했다.

2. 계속근로의 판단 기준

대상판결의 항소심(2016누13470)은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다시 근로계약을 맺어 그 근로계약 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해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된 계약기간을 합산해 계속 근로 여부와 계속 근로 연수를 판단해야 하고, 사용자가 기간제법 4조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해 체결했으나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각 근로계약이 반복, 갱신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각 근로계약의 내용, 담당 업무의 유사성, 공백 기간의 길이와 발생 이유, 공백 기간 동안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 등 관련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고 하면서 “기간제 근로자 등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기간제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볼 때, 2014. 3. 1.자 근로계약이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체결됐고, 위 공개채용 절차가 단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쟁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쳐서 참가인들을 계속적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공개채용을 거쳤다는 점은 근로계약 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에 불과하므로 실질적인 공개채용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반드시 공개채용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기간제법 계속근로의 판단에 있어서 “기간제법 4조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지급받은 후 다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기간제법 4조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퇴직과 재입사의 형식을 거친 것에 불과한 때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계속근로의 판단과 관련한 다른 판결 내용을 보면 “모기업의 일부 사업 부문이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해당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인적 조직 및 물적 시설은 해체됨이 없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계열회사에게 이관됐고 그에 따라 그 소속 근로자들이 회사방침에 의해 중간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수령한 후 신규 입사절차를 밟은 경우, 그 중간퇴직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므로 근로자의 모기업과 계열회사에서의 각 근무는 단절됨이 없이 근로의 계속성이 유지된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다49674 판결)” “내부적으로 퇴사와 재입사의 형식을 거쳐 퇴직금을 지급 받았다고 해 근로자가 계속근로의 단절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다18530 판결)” “임시고용원으로 채용돼 근무하다가 중간에 정규사원으로 채용돼 공백기간 없이 계속 근무한 경우 퇴직금산정에 있어 전체 근무기간을 통산헤 계속근로연수로 봐야 한다(1996. 6. 28 선고 서울지법 96가합 16815)” 등으로 판시하고 있는바, 실질 내용에 따라 계속근로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행정해석에 의하더라도 “모집공고를 통해 공개채용을 하더라도 그러한 절차가 형식에 불과해 관행상 전년도에 근무한 근로자들이 대부분 다시 채용돼 재계약 또는 계속고용의 기대가 형성돼 있다면 계속근로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임금복지과-715, 2011. 2. 24. 참조)” “특별채용 공고에 응시한 대부분이 다시 채용돼 특별채용 절차가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단절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근로복지과-3697. 2012. 10. 31.)”고 계속근로를 판단하고 있다.

3. 대상판결의 문제점

광주 영어회화 전문강사와 관련된 대상판결의 경우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해 근로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같은 날 선고한 부산 영어회화 전문강사 사건의 경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부정해 상고기각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사건은 부산·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었다. 광주 사건의 경우 강사의 업무·사용자는 4년 이상 계속 동일했고, 부산 사건도 업무와 사용자는 같았다. 이는 부산·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가 있는 경우라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계약형식을 보면 대상판결의 참가인은 1년 단위로 아무런 재채용 절차 없이 4년 만기까지는 계약이 반복·갱신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계약형식이다. 계속근로의 경우 공백 기간이 있으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대상판결의 경우 이러한 공백 기간이 전혀 없었다. 계약기간이 기본적으로 1년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간제법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채용절차는 부산·광주 등 전국적으로 법제처 회신에 따라 일률적으로 진행됐다.

광주의 경우 원고와 노조는 참가인을 비롯한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계속 근로를 보장하기 위해 기존 4년 만기 계약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해 전원 합격할 수 있는 채점 기준을 합의하는 방법을 택했다. 원고와 참가인 모두 내심은 기존 4년 만기 이전의 반복 갱신된 계약과 같이 기존 계약관계를 지속한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부산 사건에서는 형식적인 해고 이전에 원고측 사유로 원고의 인력풀에 따라 참가인의 계약이 갱신됐다. 이러한 인력풀이라는 것도 사실상 참가인에게 혜택을 줬다. 채점기준표를 참가인에게 유리하게 변동해 결론적으로 기존에 근무하던 참가인을 반복 채용한 대상판결 내용과 그 취지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본적인 근로관계 내용이 같고 4년이 초과돼 근로계약이 갱신됐음은 대상판결, 부산 사건 판결 모두 동일해 실질적인 계속근로를 판단하는 요소가 같았다. 그럼에도 이를 사안에 포섭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형식적·부수적 사정만 침소봉대해 결론을 달리한 대상판결은 계속근로 판단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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