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발전 5사에서 최근 5년간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중 99%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전 5사에서 받아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사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24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이 중 비정규직 산재는 221건으로 99%에 달한다.

올해도 19건의 산재가 승인됐다. 이 중 8건은 서부발전에서 발생한 것으로 재해자의 고용형태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중부발전소는 2020년 산재 발생 현황에 대해 제출하지 않았다. 중부·서부발전을 제외한 남부·남동·동서발전 3사만 보면 올해 산재 승인 11건 모두 재해자는 비정규직이었다. 위험의 외주화가 끝나지 않는 것이다.

올해 산재 19건

지난 10일 화물노동자 이아무개(65)씨가 충남 태안 1부두에서 화물차에 실린 스크루컨베이어를 로프로 고정하던 중 굴러떨어진 스크루에 깔려 병원 이송 중 숨졌다. 서부발전은 스크루 정비를 정비업체 신흥기공에 위탁한 것으로, 신흥기공은 스크루 운반을 숨진 이씨에게 맡겼다.

문제는 서부발전이 지난달 공개한 공사입찰공고(안)에 따르면 “본 공사는 하도급이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원청인 서부발전이 하도급 불가 조건인 공사도급에 하도급을 사실상 용인해 왔다”며 “화물운송에 대해 계약서 작성 없이 화물차주를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공사 도급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도 책정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주변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도자와 신호수·감시자의 인건비로 사용된다. 노조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회사가 별도 신호수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화물차기사가 신호수 역할도 맡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는 “(서부발전이) 매년 안전예산으로 연 5천~6천억원을 들이지만 현장에는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았다”며 “발전소측은 안전하게 작업이 진행되는지 감독하고, 안전하지 않은 요인이 있을시 작업중단·시정돼도록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용균 특조위 권고 이행해야”

노조 발전비정규직현장대표자회의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이행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태의 노조 부위원장은 “김용균의 죽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 정부·여당이 함께 합의안을 만들었다”며 “비정규 노동자들이 더이상 임금 착취를 당하지 않도록 하고, 정규직 전환을 시켜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지난해 5월부터 각각 노·사·전 협의체를 꾸려 진행되고 있지만 공전하고 있다. 노조는 발전소 내 의료체계를 확립하라는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이 이행됐다면 화물노동자 이씨가 숨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태안군보건의료원으로 이송됐다가 닥터헬기를 이용해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이송 도중 헬기 안에서 숨졌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위험의 외주화와 산재사망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기업에 의한 살인에 대해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주장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안전조치를 해야한다고 강하게 요구했음에도 또다시 안전장치가 없어 산재를 일으킨 서부발전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수고용직이라고 치부하고, 사고가 발생해도 아무도 사고 책임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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