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마트노조 대회의실에서 사모펀드의 문제점과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정소희 기자>
사모펀드의 ‘기업사냥’을 규제하기 위해 약탈금지법을 제정하고 노사가 맺는 단체협약으로 이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 매각 과정에서 대량해고·기술유출 같은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만큼, 입법을 통해 자본의 ‘먹튀’를 막자는 것이다.

마트산업노조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노조 회의실에서 홈플러스 사례를 통해 사모펀드의 문제점과 규제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홈플러스는 한 부동산 개발사에 안산점을 매각했다. 안산점 부지에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노조는 대량해고를 우려해 지점폐쇄·매각저지에 나섰다. 전국 매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던 안산점을 매각한 것은 홈플러스 운영을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MBK, 홈플러스 자산 매각해 2조2천억원 벌어”

MBK파트너스는 2015년 테스코에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5년간 MBK는 홈플러스 부동산을 매각하고, 지점을 세일즈앤리스백(매각 뒤 재임차)했다. 세일즈앤리스백은 판매자가 자산을 팔고 일정기간 동안 구매자에 임대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MBK가 홈플러스의 자산을 5년간 매각해 얻은 비용은 총 2조2천억원에 달한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매각이익은 대부분 순이익의 두 배가 넘는 배당금으로 지출되거나 MBK의 부채를 갚는 데 쓰였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것은 2천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신세계가 유통사업 변화에 따라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는 데 약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과 비교된다. MBK가 홈플러스베이커리 등 내부 법인을 판매하면서 직접고용된 노동자 4천여명이 해고되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5천명이 줄었다.

주재현 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MBK는 7조원짜리 홈플러스를 2조원만 내고, 5조원은 빌리는 LBO(차입 매수)방식으로 인수했다”며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이 나던 우수 기업을 잘못된 인수과정으로 거덜냈다”고 비판했다.

“사업장 폐쇄·기업매각 규제 법안 만들어야”

토론회 참석자들은 사모펀드를 규제할 정책과 법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동구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2019년 미국에서 발의된 ‘약탈금지법’을 소개했다. 법안에는 사모펀드가 기업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를 제한하고, 사모펀드 소유 회사가 인수로 발생한 이자비용을 무한 부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파산시 노동자와 고객의 권리도 보장한다. 이 변호사는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고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단기 수익 회수에 몰두하는 것이 대량해고와 같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대우버스 사례를 통해 노조의 힘으로 자본의 먹튀를 제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근 대우버스가 국내공장 폐쇄 후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던 계획에 대해 법원이 금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공장이전시 노사가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는 사모펀드에 배당 금지와 같은 내용을 법률로 제한할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기 사무금융노조 금융정책위원장은 MBK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국민연금·행정공제회·사학연금과 같은 공적연기금이 참여하는 것에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김철민·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함께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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