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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종사자 보호” 국토부 권고에도 답 없는 택배사들노동계 “분류작업 인력 당장 늘려야, 정부가 강제 필요”
▲ 민주노총이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운송·배달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코로나19로 매출이 상승하니까 어느 한쪽에선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엔 숨이 턱턱 막히는 택배노동자가 있습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택배 노동자 과로 문제를 지적하며 한 말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올해 추석 택배물량까지 더해 택배노동자 과로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추석 택배 물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노총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에만 7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하는 등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분류작업 인력 추가 투입과 제도 개선을 비롯한 대책 마련을 택배사와 정부에 촉구했다.

“무거운 택배 들고 계단을 3만5천보”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노동자 노동강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는 “우리는 하루에 1만보 정도 걸으면 많이 걸었다고 하지만 택배노동자의 만보기엔 3만5천보가 찍힌다”며 “평지도 아닌 계단을 무거운 택배를 들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간사는 “누군가에게 만보는 건강길이지만 누군가에게 3만5천보는 죽음길”이라며 “뿐만 아니라 택배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3천700시간으로 한국 노동자 평균의 2배이며, 사고 재해율도 한국 노동자 평균의 50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올해에만 택배노동자 7명이 과로로 숨졌다.

이들은 특히 분류작업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택배노동자들은 택배 배송 전 택배물량을 지역별로 자세히 나누는 분류작업을 한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 업무의 약 43%를 차지한다. 하지만 회사는 ‘사전 작업’이라는 이유로 분류작업에 대한 임금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을 과로사의 핵심 원인으로 꼽고 있다. 강규혁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이 오전 7~8시에 출근해서 3~6시간 분류작업을 하면 실제 배송은 오후 2~3시에 출발한다”며 “누군가는 충전을 위해 잠을 자는 시간에 일부 택배노동자들은 밤 12시까지 배송을 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상당한 이익
택배사들 인력 마련할 여유 있어”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폭증하면서 영업이익을 크게 올린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인력충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조은 간사는 “택배사는 지금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어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마련할 여력이 차고 넘친다”며 “CJ대한통운의 경우 올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자본이 조금만 이윤을 적게 추구하더라도 과로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규혁 위원장도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마당에 수천억 이익을 지키는 것이 택배사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올 추석부터 한시적으로라도 일단 분류인력 투입을 한번 해 보자”고 말했다.

정부에는 택배사가 국토부 권고안을 이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부는 지난 10일 ‘택배물량 관리강화 및 택배종사자 보호조치(2차)’를 발표했다. 분류작업 인력 한시적 충원, 휴게시설 확충, 지연배송을 사유로 택배노동자에 불이익 금지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노조에 따르면 택배사들은 권고안에 대한 답변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사측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받아본 것은 없다”며 “어느 정도 공감은 하면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 정도의 폭과 깊이로 시행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택배현장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산업안전 근로감독 실시, 회사·정부·시민대책위원회가 함께 논의하는 테이블 마련도 요구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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