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21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가 정부·여당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19대 국회에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인 김유상 전무이사가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의원 것”이라고 말한 녹취록이 나왔다. 최근 이스타항공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에 “2012년 경영에서 떠나 창업자로서 이스타항공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던 이상직 의원의 주장을 뒤집는 내용이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14일 이런 내용의 김유상 전무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지난 6월 말 김 전무가 이홍래 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만나 한 얘기다.

김 전무는 노조가 이스타항공 실소유주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사람들이 이스타항공에 (자금을) 지원했는지 어쨌는지 모르고 지나가고, 이스타항공이 이상직 의원 것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며 “조용히 (지원을) 받아야 했는데 오히려 불을 키워 버렸다”고 말했다. 여건상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는데 실소유주 논란을 제기하면서 정부도 지원하기 껄끄러워졌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여당 의원 소유 기업에 지원하면 특혜시비가 인다는 것이다.

이상직 의원은 6월29일 자녀가 가진 이스타항공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의원 자녀는 이스타항공 주식의 39.6%를 가진 대주주 이스타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했다. 그런데 지분의 7.49%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비디인터내셔널 역시 이 의원의 형인 이경일씨가 대표임에도 헌납 대상에서 빠져 여전히 이스타항공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항공을 사적으로 활용한 녹취도 지난 11일 공개된 바 있다. 김유상 전무가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 회사 간부들을 소집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등록을 독려하는 발언을 했다. “(선거인단 모집을) 5명 하신 분, 3명 하신 분, 이건 아닌 것 같다. 팀원·친구·형제들에게 (선거인단 참여를) 해 달라고 해라”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이상직 의원에게 이스타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상직 의원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는데, 이번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들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직 의원은 창업주이자 의원으로 책임을 가지고 국민과 회사 직원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 11일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되기 직전에 이 의원을 두 번 (장관) 사무실에서 만났다”며 “사실상 소유주인 이 의원이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당 차원에서 이상직 의원의 책임을 지적하며 사재 출연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일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0일 이상직 의원을 횡령·배임·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노조는 15일 정부·여당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낙연 대표 서울 종로구 지역구사무실 앞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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