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 고용안정 쟁취 투쟁본부장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지난 7일 노동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항공기 6대 운항에 필요한 414명을 제외한 운영인력 감축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에 의해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되고도 이번 통보 명단에는 빠진 육아휴직자 35명과, 항공기 9대가 반납될 때까지 당분간 정리해고 대상에서 빠진 정비인력 82명도 시한부 목숨이다.

한편 사측은 지난달 정리해고 통보를 예고하며 희망퇴직을 신청받았지만, 98명으로 저조했다. 경영정상화시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 우선 채용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이고 명시적 합의서가 없을 뿐더러, 당장 8개월분의 체불임금도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사측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해고 명단 117명 더 있어
집행부·대의원 15명 중 14명 해고


사측은 노골적으로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를 정리해고 표적으로 삼았다.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 4명 전원과 대의원 11명 중 10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노조 조합원의 정리해고 명단 포함 비율은 80%인데 반해, 비조합원 비율은 59%로 크게 차이가 난다. 또한 노사협의회 노측 대표 4인 가운데 1명만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됐는데, 객실 대표로서 유일하게 노조의 순환휴직을 통한 고용유지안에 동조한 사람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월만 해도 전년 대비 12%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2월에는 수습부기장을 포함해 신규인력 22명을 채용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1월24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불과 한 달 만인 3월2일에 제주항공 요구에 부응해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하고, 신속하게 항공기를 반납하며 대량 인력감축에 들어갔다. 2월24일 고통분담·임금삭감 노사합의를 뒤엎고 다음날 임금 60%를 체불하더니, 3월24일 구조조정을 위해 국내선 운항까지 전면 중단했다. 3월31일 수습부기장 등 188여명을 계약해지했고, 4월10일 희망퇴직을 신청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반기만 500명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또한 이스타포트를 포함해 자회사·하청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며 500명 이상의 일자리를 박탈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생각은 처음부터 찾아 볼 수 없었고, 8개월째 체불임금도 한푼 안 주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매각대금 챙기려고 인력감축만 혈안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지배구조, 편법 증여, 세금 탈루, 부정 채용 등 수많은 경영상의 부정. 정부의 코로나19 고용유지정책에 반해 거액 매각대금을 챙기기 위해 구조조정에만 몰두한 반노동 패악들. 그 과정에서 이유 없는 국내선 운항중단 등으로 손실을 만회할 기회도 없이 빠르게 재무구조를 파탄시킨 무책임. 그리고 현재 벌이고 있는 기업해체 수준의 정리해고. 이 모든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실질적 오너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묵인했고,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정부와 여당, 더 이상 묵인·옹호 안 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몇 달째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4~5월 구조조정 당시 그랬던 것처럼 매각이 진행 중이고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유동성 지원이 가능하다거나,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에게 재취업과 소액체당금 수급을 지원한다는 대책은 정리해고를 옹호하는 대책일 뿐이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가 체불임금 일부 포기, 임금 삭감, 무급 순환휴직 등 각고의 고통분담 자구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너 이상직 의원과 경영진은 어떻게든 이스타항공에서 손을 떼겠다는 생각뿐이다. 정부와 여당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아 왔다. 최근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자 일부 인사들이 발언을 시작했다. 하지만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으려면 먼저 정리해고를 중단시키고 운항재개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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