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음날 노동부는 노조 아님 통보를 철회했다. 법외노조 시절 전임자 현장 복귀 명령을 거부했다가 해직된 교사들에 대한 복직조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의 근거가 됐던 노조법 시행령 9조2항 개정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상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로 무효”라며 판시했다. 그동안 정부는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먼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신고제인 노조설립제도를 사실상 허가제로 바꿨다는 비판을 받는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행령 개정은 불가피, 노조법 2조 개정이 근본대책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대법원은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그 자체로 무효라고 명확히 판시했다. 따라서 정부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법원 판결에 의해 위헌으로 확정된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참고로 행정소송법 6조는 행정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의해 명령·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는 것이 확정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지체 없이 그 사유를 행정안전부장관에게 통보하고, 이를 통보받은 행정안전부장관은 지체 없이 이를 관보에 게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점에서도 정부의 시행령 개정은 불가피하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해고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의 노조가입을 제한하는 노조법 2조를 어떻게 하느냐다.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사전 인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할 수 있고, 노조는 행정당국에 의해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ILO 87호 협약의 내용이자 확고한 국제노동기준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자에는 해고자·특수고용 노동자가 당연히 포함된다. ILO는 우리 정부에 지속적·명시적으로 결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사람인지 결정하는 기준은 고용관계의 존재(the existence of on employment relationship)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며, 화물노동자를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차제에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노조법 2조를 개정해 모든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21세기 노동자들을 19세기 단결금지 법리에 가두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어용노조에만 잘 드는 ‘한 날의 칼’ 만들어야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

▲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

대법원이 전교조 관련 재판에서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무효로 선언했다. 위 조항이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않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제 위 조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로써 고용노동부가 위 조항을 근거로 민주노조 활동에 개입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됐다.

그런데 그런 일만 없어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사용자가 설립한 어용노조에 대해 노동부가 위 조항을 근거로 개입하는 일도 없어지게 됐다. 양날의 칼이 민주노조 쪽으로 더 잘 들었던 전력을 고려하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지만, 어용노조를 제재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상실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노동부에게 더 잘 드는 칼을 쥐어줄 것인가, 아니면 어떤 칼도 주지 않을 것인가다. 전자로 하려면 법률적 근거를 갖춘 노조설립 취소나 철회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후자로 하려면 어떤 규정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물론 아무런 규정을 만들지 않아도 위 판결의 개별 의견에 나와 있는 것처럼, 행정행위 취소와 철회의 일반 법리에 따라 노동부가 스스로 취소와 철회를 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연혁적 이유로나 현실적 이유로, 노동부가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서도 안 되지만, 초가삼간 보존하자고 빈대가 활개 치는 걸 방치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원론적 답은 쉽게 나온다. 불을 내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빈대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곧, 민주노조에 대해서는 안 들고 어용노조에 대해서만 잘 드는 ‘한날의 칼’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칼도 필요 없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행정부 권력의 남용보다 자본 권력의 오용이 더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이런 칼을 단칼에 버리는 것은 만용일 수 있다. 엄정하면서도 예술적인 새로운 법률 조항의 탄생을 기대한다.

기대이익보다 해악이 더 커, 삭제해야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기본권 제한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헌법에 반한다.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제한한다. 이는 헌법에 반하며, 동시에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 침해금지원칙에도 반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통해 법외노조로 치부된 노조들 중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자율성과 자주성이 인정되지 않는 소위 ‘어용노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노조 아님 통보처분의 대상 상당수는 이번 사건 판결처럼 노조의 실체를 갖추고 자율성과 자주성이 인정돼 노동 3권이 부여돼야 마땅했던 노조들이라고 보여진다.

소위 어용노조는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처분이 아닌, 당사자 간 노조설립무효 확인소송 또는 노조지위 부존재확인의 소로 방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조 아님 통보는 기본권의 본질적 제한이 문제되는 영역이다. 행정처분을 통한 신속성 확보보다는, 판결을 통한 확실한 심사가 바람직하다.

요컨대 노조 아님 통보는 유지를 통해 기대되는 이익보다는 이로 인한 해악이 더 크고 확실하다. 또 대체할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노조 아님 통보 외 역할 없어, 당장 없애는 게 맞아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노조 아님을 통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놔둬야 할 이유가 없다면 즉시 없애는 게 맞다.

이 조항을 노조법 2조의 근로자성 판단을 목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경우를 판단하기 위해서 놔뒀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의식 자체는 노조법 대상을 기업별 노조로 국한하고 있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실직자·구직자가 노조에 가입 못 하는 상황도 아니다. 법원도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를 상당히 넓게 해석하고 있다. 노동부 입장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비춰 봐도 시행령 9조2항을 두는 것은 맞지 않다.

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한 국회의 노조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보고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본법이 개정될 때 시행령까지 한꺼번에 하겠다는 말 같은데, 하루라도 빨리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정부 의지가 있으면 삭제할 수 있다. 시행령 조항을 없애는 것은 지금 정부에게도 상당히 의미 있는 행위가 될 것이다. ILO 기본협약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언제 고쳐질지, 고쳐질지 말지 장담할 상황도 아니지 않나.

어용노조에 대한 정부 개입 여지를 위해 남겨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어용노조는 노조 자주성 문제다. 노사자치영역에서 다뤄야 할 문제를 행정부의 행정감독, 사법부 문제로 전환하는 것은 노사자치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용노조가 정말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노조 힘의 문제로 해결해 나가야 하지 9조2항을 남겨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관련 조항이 있더라도 노동부가 어용노조라는 사유로 설립취소를 한 사례도 없다.

남겨 둬서 발생할 우려는 크다. 시행령 조항으로 인해 노조법 2조의 근로자 개념을 좁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수고용직이 노조 설립하려면 사측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거나, 노조설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법부에도 설립취소 처분을 해 달라고 요구한다. 노동부는 노조설립을 허가제로 운용하려 했던 과거의 잘못을 이제라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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