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외이사를 2명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재 기자>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가 2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주주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제약하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 탓에 실제 선임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환경·에너지정책학)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한국환경사회학회와 한국환경정책학회 이사를 맡았고, 현재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사회분과 부위원장을 비롯해 환경부 갈등조정전문위원회·중앙환경보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환경·에너지 전문가다. 류 대표이사는 사회책임투자·ESG·주주권행사 컨설팅 전문기업인 서스틴베스트를 운영하면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위원을 비롯해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2017년 이후 네 번째 도전
우리사주 지분률 약 1.29%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KB금융 이사진 7명은 모두 금융경영·재무·회계·법률·리스크관리·소비자보호 관계자”라며 “최근 이사회가 ESG위원회를 설치했음에도 무늬만 ESG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ESG위원회가 실효성을 갖고 KB금융이 적극적인 ESG 분야 책임을 이행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사주조합의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법률이 보장한 권리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33조(소수주주권)에 따르면 6개월 전부터 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10에 대항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약 1.29%다.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추천한 사외이사는 주주총회에서 표결로 부결됐고, 지난해에는 후보가 정당활동 경력을 이유로 스스로 사퇴했다. 우리사주조합쪽은 “올해는 국민연금 등 주주를 잘 설득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외이사를 두는 이유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이라며 “최근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금융사고에서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했는지 큰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외이사 추천은 회사만의 몫이 아니다”며 “KB금융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주장할 게 아니라 우리사주조합의 제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사주조합 “예비후보 추천제, 소수주주 권리 침해”
예비후보 추천하면 자문위가 별도 검증 ‘깜깜이’ 우려


이날 우리사주조합은 KB금융이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를 운용해 소수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했다.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는 KB금융 주식을 한 주라도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예비후보를 평가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주주총회에 최종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제도다. 그러나 자문위원회 평가기준 등이 드러나지 않아 사실상 깜깜이 평가가 이뤄진다.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독식했다는 비판을 사는 이유다.

류 조합장은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는 주주의 권리를 보유기간·지분율·주주 간 공동행사 의사 등과 무관하게 무차별화해 사외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구성에서 주주 대표성을 약화시키고,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의 역할을 배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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