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무대 작업을 하던 조연출 고 박송희씨의 추락 사망 사건 2주기를 맞아 무대예술 노동자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공공극장안전대책촉구연극인모임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9일 오후 온라인 플랫폼으로 ‘고 박송희 무대 추락 사망 사건 2주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인은 지난 2018년 김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오페라 ‘달하, 비취오시라’ 공연을 위해 호남오페라단 조연출로 일하다 추락해 숨졌다. 고인은 공연 전날 3층에서 무대 세트 색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인이 작업하는 동안 문화예술회관 A무대감독과 호남오페라단 B무대감독은 무대 가운데에 설치된 리프트(승강무대)를 6.5미터 아래로 내렸다. 고인의 작업은 중지시키지 않았다. 고인은 색칠 작업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뒷걸음치다가 개구부로 떨어져 숨졌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위험의 외주화가 빚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원·하청 구조에서는 책임소재가 불명확해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해당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한국문예회관연합회 주관으로 진행됐지만 공연의 직접적인 주체는 호남오페라단이었다. 고인은 호남오페라단과 정식 계약도 맺지 않고 일했다. 임인자 독립기획자는 “A감독과 B감독은 리프트 하강 요청을 하기 전에 개구부 주변에 사람이 없게 하거나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비상경보·램프를 작동시키는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으나 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험의 외주화 구조에서는 실제로 안전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원청이 법적 책임에서 제외되기 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8년 사고와 관련한 형사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A감독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김천시(김천시 문화예술회관)는 기소되지 않아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갔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문화예술인의 안전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많은 조항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만을 규율하고 있는데, 상시근로자가 많지 않은 대부분의 공연장은 여기서 벗어난다”며 “공연예술인도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문화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일에 적합한 형태로 요구하도록 하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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