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광주형 일자리를 시작으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노동조합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역에서 노사정이 공동으로 사업을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상생형 지역일자리 참여 여부부터 어떤 역할을 할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9일 오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활성화 방안 토론회’는 노동조합의 역할과 과제에 방점이 찍혔다. 토론회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김영주·김경협·어기구·김주영·이수진(비례) 의원과 국민의힘 임이자·김형동·박대수(비례)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상생 빠지고 기업이 주도권 쥔
지역 일자리사업 전락 우려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과 노동조합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김윤호 고려대 노동대학원 겸임교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적지 않다”며 “일자리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역 노사정이 대규모 투자 여건을 만드는 것을 우선하겠지만, 질적 혁신에 초점을 둘 경우 이해관계가 다양해 토론과 숙의 과정을 많이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도 애초에 사회통합 지향적 생산체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하지만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이나 노사책임 경영 등 일정 부분이 후퇴하며 몇 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정부 역시 일자리 양적 확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상생형지역일자리의 선정 기준’ 고시를 보면 100점 만점 가운데 원·하청 노사관계 개선 등 ‘상생협약’ 배점은 30점에 그친다. 설비나 지원시설 투자규모가 클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지속가능성’ 배점은 40점, 일자리 숫자를 정량으로 평가해 800명 이상이면 만점이 주어지는 일자리창출 배점은 30점이다. 노사상생 가치를 충분히 구현하지 않더라도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선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노동시장의 질적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주체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노사의 낮은 대표성, 부족한 자원 ‘걸림돌’
“지역노조 대표자에 사회적대화학교 교육 이수 의무화하자”


김 교수는 “지역에서의 코포라티즘이 탄력을 받으려면 노사 대표성이 중요한데 현재 지역단위 노조 조직률은 10~20%대, 사용자단체 가입률 또한 대구나 울산·인천을 제외하면 대부분 15% 미만”이라며 “노사 조직 모두 지역단위 대표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낮은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숙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가운데 토론과 설득으로 공론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 노사가 가진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노조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상근자가 한두 명 수준으로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비상근 대표자가 지역일자리 상생협약식에는 참가하지만 실무협의에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사업 추진을 위해 신설된 상생협의체가 1년간 활동이 전무하거나 상생협약 이후 추진 경과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 특히 지역 노사민정의 상생협약과 지자체-기업 간 투자협약이 이원화돼 상생협약 당사자가 투자협약의 구체적인 정보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현주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은 “지역 노사의 역할 제고는 경험과 교육밖에 없다”며 “총연맹 차원에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총연맹에서 가칭 사회적대화학교 기초·심화·전문가과정을 개설하고 지역지부 의장이 되면 의무적으로 학위 이수를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도 지역 노사정의 취약한 정책 역량을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채 교수는 “현재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 당초 추진하려던 원칙이 퇴색하고 투자자가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노동계는 지역 일자리사업에 관심이 떨어지는 등 노사정의 정책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고용정보원이나 노사발전재단이 지역 내 일자리 담당자들의 전문가과정을 운영하고, 지역과 중앙 차원에서 일자리사업을 조율하는 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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