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37년 근무하면서 발전설비 운전·정비 업무를 했습니다. 코크스가스·석탄가스·용광로가스(용광로를 식힐 때 나오는 가스)에서 발생한 분진에 노출되고 석면이 함유된 보온재 정비를 했습니다. 2000년 이전에는 안전보호구도 없이 근무했고요. 20년 전에는 석면이 함유된 텍스 교체작업도 직접 했습니다. 가족 중에는 암이 발생했던 사실이 없어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2018년까지 일하다 퇴직한 노동자 A씨가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아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에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다. 악성중피종은 복막이나 흉막에 발병하는 암으로 90%가량이 석면 노출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노조와 노조 포스코지회·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8일 오후 공단 포항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회는 지난 7월부터 포스코 원·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고와 직업병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며 “1981년부터 2018년까지 포스코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는데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A씨를 진단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의사는 소견서에서 “37년간 근무한 포스코에서 보온재나 단열재로 쓰이던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작업 외 환경 노출평가에서 석면이 노출됐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여 악성중피종은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포스코 하청업체 롤앤롤에서 근무하다 2017년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노동자, 포스코 화성부에서 일하다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은 원청 노동자 등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추가로 산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스코와 고용노동부에 각각 포항·광양제철소의 퇴직 및 재직노동자 직업병 실태조사와 포항제철소 석면 피해 관련 건강영향평가 실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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