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영구 실직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훈련 제도가 절실하지만 국내 교육훈련 정책은 청년과 신규취업에 쏠려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재난시기 해고 금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코로나19 2차 대유행 추세가 다소 감소했다. 연일 200명을 넘겼던 확진자가 3일 188명으로 하락한 뒤 8일 120명으로 엿새째 100명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여전히 각종 소모임과 직장·종교시설 등에서 산발적 감염이 잇따라 방심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실업자는 113만8천명이다. 실업률은 4%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업자도 3월 19만5천명을 시작으로 4월 47만6천명, 5월 39만2천명, 6월 35만2천명, 7월 27만7천명 등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 종식이 요원한 상황에서 고용위기가 심화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기간 동안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는 자칫 영구적인 실업에 처할 위험이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간한 ‘코로나19의 노동시장 관련 3대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는 이런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 내 실직 후 복귀율을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 가운데 31~56%가 영구적인 실직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제조업·물류센터 노동자 영구 실직 가능성 커

국내 영향을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를 추산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유행한 3월 이후 구직급여를 새로 신청한 70만6천명에 한국은행 보고서의 수치를 대입해 보면 약 21만8천860명~39만5천360명이 영구 실직 위험에 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시기 고용보험 확대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혜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여건 등이 달라 해당 수치를 국내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지만 유사한 영구 실직 우려가 크다는 점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의 자동화 촉진 가능성은 이런 우려를 키운다. 한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일자리는 자동화 촉진에 따라 로봇으로 대체될 여지가 크다”며 “제조업과 판매·서비스업에서 이미 로봇을 도입한 자동화가 이뤄져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화 대체 가능성이 큰 직종은 △판매 종사자(100%)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93.9%)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82.9%) △단순노무 종사자(73.7%) △사무 종사자(37.5%)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30.7%) △서비스 종사자(24.1%) △관리자(8.6%)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0.9%) 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해고 위험이 큰 직종과 대부분 일치한다. 서비스 종사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직종이지만, 인건비가 워낙 낮아 자동화 촉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결국 판매·제조업·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영구 실업에 처할 위험도 크다.

이런 영구 실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용유지지원금 등 이른바 해고방지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한 번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다시 되돌아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실업급여 등 사후적 대책에 앞서 고용유지를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훈련정책 청년층·재직자 위주,
코로나19 실업자 대상 프로그램 미흡


또 다른 대안은 교육·훈련 강화다. 한 부연구위원은 “높은 숙련도가 필요 없는 직종 노동자일수록 코로나19로 실직한 뒤 자동화 촉진으로 영구 실직 상태에 놓일 우려가 크다”며 “이들이 보다 안정적인 고숙련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교육훈련 체계는 이런 충격을 대비하기엔 미숙한 수준이다.

고용훈련 체계는 크게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담당한다. 노동부는 국민내일배움카드와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훈련, 일반고 특화 직업능력개발훈련, 4차 산업혁명 선도인력 양성훈련,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제도를 운용한다. 이 밖에도 취업지원 정책을 펴면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차상위 이하 저소득층, 기타 특정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한다. 이런 사업에 참가하는 실직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1~7월 국민내일배움카드 훈련인원을 보면 실업자는 전년동기 대비 22만2천839명으로 119.76%나 늘었다. 같은 기간 재직자가 27.9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청년층 취업지원 위주다. 예년엔 청년고용이 사회적 문제가 돼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게 문제가 없었으나, 코로나19 실직자를 대상으로 한 세심한 교육훈련 정책은 부재하다. 게다가 대다수의 훈련이 대면 방식으로 이뤄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문을 닫기도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민내일배움카드 훈련인원은 3월까지 증가추세였다가 집합금지 등으로 인해 3~5월 되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민내일배움카드 등에서 훈련하는 직종이 기계기술·중장비나 제과제빵·음식·바리스타처럼 최근 코로나19로 일자리가 감소한 직종이라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교육부 사업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성인 실업자를 위한 대학의 평생교육 정책에 중점을 둔 교육훈련 정책을 운용한다. 평생학습 중심대학이 대표적이다. 베이비부머세대와 은퇴자·실업자·경력단절자를 대상으로 대학 특성에 따른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도록 한 사업이다. 234억원을 지원해 30개 대학을 선정하고, 성인 평생교육을 지원한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재직자 훈련에 치중돼 있다. 기업체 재직자를 대학에 입학시키는 선취업 후진학 성격으로, 현재 당장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문을 두드리기엔 장벽이 높다. 교육비는 대부분 장학금 등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교육훈련 기간 생계비 보장대책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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