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의 노조활동 방해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가 생긴 노조 간부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노조 회의 도청·징계해고 … 2년 이상 치료

7일 노동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A 금속노조 대구지부 전우정밀분회장의 적응장애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근 산재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A분회장은 2019년 11월 공단 경산지사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A분회장은 ㈜전우정밀에 2017년 1월 복수노조가 설립된 뒤 분회에 대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다수 발생했고, 이와 관련한 각종 소송을 이어가면서 스트레스가 심화했다고 주장했다. 분회는 2014년 4월 설립됐다.

사측과 복수노조의 분회 회의 도청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분회는 “사측 관리자와 당시 기업노조였던 전우정밀제1노조가 분회(당시 전우정밀노조) 조합원 교육장에 있는 화이트보드 지우개 안쪽에 녹음장치를 숨겨 분회 정기총회와 조합원총회 등을 도청한 것이 2018년 12월 발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지법은 지난 2월 전우정밀 중간관리자 1명과 전우정밀제1노조 간부 2명에게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본지 2020년 2월10일자 법원 “노조 회의 도청” 전우정밀 관리자 징역형 선고 기사 참조>

A분회장은 2018년 12월 징계해고된 것과 관련한 행정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A분회장이 2018년 5월 적응장애를 이유로 휴직을 신청했지만 사측은 허락하지 않았다. A분회장이 회사에 나가지 않자 사측은 명령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징계해고했다. A분회장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 손을 들어줬다. 이 밖에도 A분회장은 “근로시간면제 적용과 관련해서도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하는 등 여러 소송 사건과 복수노조와의 갈등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화해 2018년 5월부터 현재까지 2년 이상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회사에서 단수노조의 위원장으로 근무하다가 복수노조가 된 이후 회사측의 지속적인 노조활동 방해 행위가 있었다”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적응장애가 발병한 것으로 판단돼 적응장애와 업무와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부당해고 불인정에도 산재 인정, 의미 있어”

해당 사건을 맡았던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노사 간 각 쟁점에 대해 다툼이 있는 상황”이라며 “부당노동행위의 정·부당성이 산재 여부와 관련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수용해서 산재를 인정한 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2010년 대법원은 LG전자㈜ 노동자가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신청에서 “회사의 각 인사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업무상재해 인정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권 노무사는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이나 자살 사건에 관한 산재 사건 심의에서 회사는 노동자에 대한 인사발령이나 징계가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정신질환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한다”며 “하지만 인사권의 정·부당성과 산재법상 업무상재해 법리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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