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난 3일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원격수업에 따른 급식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식재료는 당일검수가 원칙인데 (이틀에서 사흘에 한 번 검수해도 괜찮다는 도교육청 지침은)위험부담을 안고 하는 거죠. 영양사 면허증이 걸린 상태에서 모든 것을 저희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경기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현직 교육공무직 영양사 A씨의 말이다. A씨는 6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급식을 하기 싫어한다’고 알려져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A씨 말에 따르면 현재 학교급식 현장은 “각개전투”다. 식품위생법과 학교급식법을 따라야 할 현장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정부 지침으로 인해 제대로 된 매뉴얼 하나 없이 식품위생·안전 대책에 구멍이 난 채 학교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 양주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16년차 김정화 영양사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영양사는 “도저히 영양사로서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식재료가 이력이 있어야 하고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급식을 진행하면) 식재료가 상온에 방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급식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식수인원 급감에 식재료 수급·검수 애로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의 원격수업 전환을 발표하며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등학교는 긴급돌봄에 준하는 돌봄서비스와 학교급식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학교급식 운영방법은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자문을 거쳐 학교장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시기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하긴 했지만, 이 같은 급식운영 지침은 영양사들에게 무척 갑작스러웠다. 일부 돌봄교실은 도시락 주문을 예약한 상태였고, 부분등교 지침에 따라 영양사들은 9월 식단 계획까지 마친 상태였다. 무엇보다 식자재 조달이 문제였다. 현재 학교에는 돌봄 학생과 원격수업을 학교에서 듣는 학생, 교직원 정도만 나온다. 식수인원이 10분의 1 정도로 줄어 급식 단가를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다.

김정화 영양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평소 1천여명이 급식을 먹는다. 원격수업 전환 이후에는 초등학생 50명과 교사 30명이 급식을 신청했다. 김 영양사는 “식자재 납품업체는 발주량이 너무 소량이다보니까 물건을 배송시간에 못 맞추고 아침에 놓고 가겠다는 입장”이라며 “식재료 이력과 품질을 관리해야 하는데 영양사로서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영양사와 조리사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집단급식소(50명 이상)의 식품위생에 대해 책임을 진다. 식중독이나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어 당일검수, 납품업체와의 대면검수 원칙을 고수한다.

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이 식자재 조달과 줄어든 식수인원에 따른 급식 지원비 상향 같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급식 진행을 통보하자 현장 혼란은 가중됐다. 급기야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7일 “신선식품의 검수기준 원칙은 유지하되 2~4일에 한 번 식재료를 납품·검수 할 수 있다”며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에 예외를 부여했다.

김 영양사는 “안전한 식재료라는 건강 기준이 있는데 검수를 2일이나 4일 만에 해도 된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법과 기준을 지키자는 것이 저희 책임인데 이것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하라고 하면 ‘저희를 보호해 주겠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애꿎은 영양사·조리사만 비난받아

이희원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영양사분과장은 “영양사 선생님들이 우려하는 점은 위생과 책임에 대한 부분”이라며 “직업의 보람이 아이들에게 있는데 아이들에게 밥을 왜 해 주기 싫겠냐”고 반문했다. 일부 언론은 “등교 중단 기간 동안 조리사와 영양사가 출근했는데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보도해 급식노동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급식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일도 안 하고 돈을 받아 간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분과장은 “식수 인원이 줄었으니 급식비 적정선을 사전에 정했어야 했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바로 공문을 내리기 바빴다”며 현실적인 급식비 지원책을 주문했다. 현재 경기도의 경우 급식 학생수별 100명당 식품비 지원 단가 기준이 나뉜다. 최재현 교육공무직본부 전국영양분과장은 “이럴 때는 급간을 몇십 명 단위로 나눠야 한다”며 “실제 급식이 운영되는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단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장의 영양사들에게 일시적인 면책 권한을 주는 방안도 제안했다. 충남교육청은 최근 영양사에 위생사고 발생시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동의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 분과장은 “영양사 선생님들은 어떻게든 책임 있게 위생관리를 하겠지만 불안을 안고 급식을 감행한다”며 “(식자재 조달이 어려워 마트나 시장에서 조달할 경우)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교육청의 공문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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