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일환으로 집회·시위를 하고, 대체인력 투입을 막았더라도 업무방해죄를 물을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6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3일 검찰이 노조 수자원공사지회를 업무방해와 퇴거불응죄로 기소한 사건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수자원공사 시설관리와 청소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로 구성된 수자원공사지회는 2012년 6월25일부터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지회는 3일간 1~3시간 대전 대덕구 수자원공사 본사 건물 사이 인도에 모여 집회를 했다. 공사는 이들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하청업체는 파업으로 중단된 화장실 청소 등의 업무를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지회는 이를 막기 위해 고함을 치고 이들이 수거한 쓰레기를 복도에 버리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하청노동자가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쟁의행위 일환으로 원청 사업장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수자원공사는 수급인 소속 노동자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 역시 수자원공사 사업장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비록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자원공사지회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에 의해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이를 위해 근로장소를 제공했으므로 수자원공사지회의 파업으로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경우”라고 봤다. 하청업체 사용자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합법적 파업이라면 형법 20조(정당행위)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다. 행위자의 행위에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하청노동자들이 대체인력 투입을 막아선 행위도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봤다. 파업 참가자들의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한 실력행사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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