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으로 청년유니온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최소한의 인원만 돌아가며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한다. 사실 이전까지는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집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많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꽤나 어색한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제대로 된 일은 언제 할 거니?” 같은 잔소리를 피해서일 수도 있다.

 혼자 사는 경우에도 일하기에는 집이 너무 좁을 수 있고, 왠지 집중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꼼짝없이 진짜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재택근무 전환 결정을 내리고, 동료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켜고 쇼핑을 했다. 한 동료는 화상회의를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 헤드셋을 샀다. 어떤 동료는 집에 책상이 없어 사야겠다며 줄자를 챙겼다. 또 다른 동료는 당근마켓으로 중고 의자를 검색했다. 

나도 사무용 의자를 샀다. 사는 집에 책상은 있었지만 의자는 작은 식탁 의자였다. 사무용 의자는 원룸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해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가격이 너무 비싸 그동안 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인테리어만 고집할 수는 없었다. 결국 목 받침까지 달린 사무용 의자를 주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 배송이 늦어진다는 안내를 받았다. 

오전 10시.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두 걸음해 앉으면 출근이다. 어떨 때는 침대 위에서 출근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해야 할 일을 해 내는 것이지 내가 앉아 있는지 누워 있는지가 아니라고, 책상 앞인지 침대 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리화해 본다. 

자리에 앉아도 일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책상이자 식탁이자 선반인 책상은 늘 어지럽다. 6평 원룸에서는 눈을 돌리면 해치워야 할 일들이 한가득이다. 책상 위를 정리하는 일, 방을 치우는 일은 사무공간을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임금노동인지, 나의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한 돌봄노동인지 잠시 고민했다. 

오후 2시. 아무도 차를 마시진 않지만 ‘티타임’을 가진다. 구글 미트에 접속해 각자 오늘 했던, 해야 할 일들과 고민을 나눈다. 화면에 지저분한 방이 나오는 게 싫어 카메라 각도를 이리저리 조정했다.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아 몇 번 나갔다 다시 들어와야 했다. 그래도 연결상태가 좋지 않아 핸드폰으로 다시 접속했다. 몇 분 만에 오늘의 데이터를 모두 소진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조금 느려서 답답해도 고장이 나지 않아 계속 써 온 7년 차 공유기를 이제는 교체해야 할 것 같다. 

저녁 언젠가. 출근이 그러했듯 퇴근도 딱 두 걸음이면 충분하다. 이 정도면 됐다 하는 마음이 들 때 일을 멈추지만 집에 가라고 재촉해 주는 동료가 없으니 하염없이 일하게 되기도 한다. 일하다 잠시 눕게 되는 시간도 생기기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는 것에 큰 불만은 없다. 홈 오피스를 꾸미는 것이 꿈이었지만 6평 원룸에 사는 지금, 이런 방식으로 집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재택근무에 도전하면서 어떤 장단점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실제로 일주일 동안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어떤 장단점보다도 ‘돈’이었다. 나와 동료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일할 환경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아도 다양하게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와이파이 공유기가 고장나 테더링했다는 사람, 사무실의 데스크탑을 옮길 수 없어 개인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사람, 회사 전화가 아니라 개인 전화를 사용하게 된 사람 등. 

재택근무는 책상과 의자를 포함한 각종 사무용품, 와이파이 공유기, 에어컨과 노트북 충전에 필요한 전기료, 핸드폰 요금 비용을 발생시킨다. 사무공간으로 이용되는 집에 들어가는 비용도 물론 노동자가 지출한다. 비용을 지원해 주는 회사가 있나 궁금해 검색해 보면 재택근무로 인해 기업이 부동산 비용을 포함한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비용은 전혀 절감되지 않았다. 노동자에게로 전가될 뿐이다. 우리가 정말로 비대면 사회를 나아갈 거라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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