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올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창사이래 최대규모의 여유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들이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등의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올해 1∼5월 반도체 장비수입도 작년 같은 기간의 2배이상으로 늘어났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0조, 현대전자는 5조원의 잉여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의 감가상각비만 해도 각각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감가상각이란 기업이 생산설비 등의 고정자산 취득 때 투입한 자본을 해마다 일정부분씩 비용으로 처리해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1조짜리 생산장비의 사용연한이 5년이라고 하면 5년동안 매년 2000억원씩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하는 셈. 이 돈은 현금지출이 없는 장부상의 비용이므로 회사에는 그만큼의 잉여금으로 쌓이게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감가상각비가 전년도와 비슷한 2조7000억원, 현대전자는 지난해 1조2000억원보다 67% 많은 2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분기에만 1조8613억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현대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 총 2조5000억원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일 현금수익(EBITDA:세금, 이자비용,감가상각, 이연상각 이전의 이익)은 삼성전자의 경우 10조원대, 현대전자도 5조원(이연상각 4000억원 포함)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돈으로 두 회사는 은행돈을 거의 빌리지 않고 올해 신규투자와 부채상환을 하고 있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올해 신규투자 2조2000억원은 감가상각비의 범위내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외부차입 없이 투자효율을 높임으로써 앞으로 고정자산회전율(고정자산 대비 매출액)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즉 10조 고정자산에 연간매출을 10조 이상 올리는 고효율의 회사로 만들어가겠다는 것.

증권회사의 반도체업종 분석전문가들은 “다른 업종의 경우 원재료와 인건비가 생산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반도체 분야는 감각상각비가 비용의 60%를 차지한다”며 “예컨대 금융회사와 반도체회사의 당기순익이 똑같이 제로였다고 해도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2조∼3조원정도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체들은 이같은 자금력을 등에 업고 비메모리부문등 신규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14억935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입액 6억2858만 달러의 2.4배로 증가했다. 이같은 수입실적은 지난해 전체 수입액 19억1천338만달러의 80%에 육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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